증시, 저금리·경기 회복 두 축 아직 유효
[경향신문]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 악화 속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의견 우세
미국 ‘게임스톱’ 사태로 불안 증폭…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
새해 한 달 동안 사상 최초 행진을 거듭하며 가파르게 올랐던 코스피가 지난 29일 3000 밑으로 내려왔다. 미국 비디오게임 업체 ‘게임스톱’ 사태 등으로 시장이 ‘비이성적 과열’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내외 시장 전반에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경기 회복 기대라는 두 축이 여전히 살아 있어 본격적인 조정장 진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위험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31일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29일 35.73으로 전날보다 7.98% 급등했다. 이는 지난 6월18일(37.05)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개인과 공매도 기관 간 맞대결이 붙은 ‘게임스톱’ 사태가 시장 과열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촉매제가 됐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스톱발 시장 과열 우려가 과거 버블 붕괴 사례처럼 진행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를 약화시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경기 회복 기대를 약화시키는 재료에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증시 조정은 지나친 급등에 따라 예상된 수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초 주가 상승 속도가 ‘말도 안 되는 속도’라 할 만큼 빨랐고 합리성보다는 광기가 지배하는 시장처럼 변질돼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며 “단기 조정 장세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도, 한국도 주가가 너무 올랐고 한국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더 많이 올라 ‘과한 쏠림의 징후’가 있었다”며 “개인들의 욕망이 주가를 더 많이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있고,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으면 조정도 가파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점은 ‘게임스톱 사태’와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조정장의 트리거(도화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황 위원은 “게임스톱과 같은 ‘폭탄’이 곳곳에서 터지면 조정의 빌미가 되고 큰 사이즈로 터지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며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 있어 이런 종류의 사건들을 예측하기 어렵고 또 여러 사건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최근 급격히 증가한 변동성에 대응해 빠른 속도로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축소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차익 실현 매물과 함께 변동성 확대, 백신 접종 지연 등을 이유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이 추이가 지속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의 변동성 확대를 두고 구조적 하락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전문가 사이에서는 여전히 우위에 있다.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 기대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저금리 환경 등 여전히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가격이 이 같은 기대를 앞서 반영한 까닭에 일부 숨 고르기를 필요로 할 수 있으나 지엽적인 현상이 경기 방향 자체를 되돌릴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균 센터장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나올지 봐야 하는데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완전히 꺾였다고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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