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위성 타이탄..서해보다 깊은 바다엔 생명체가 있을까
[경향신문]
2017년 임무 마친 카시니호 자료
코넬대 연구진 정밀 분석 결과
서해 수심의 7배 깊이 바다 확인
어두운 황토색을 띤 황량한 산악 지형이 눈앞에 넓게 펼쳐지고, 삐죽삐죽 솟은 돌 사이에는 액체가 잔뜩 고인 웅덩이가 보인다. 미국이나 중앙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무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지만, 하늘에는 태양이나 달이 아닌 동그란 고리가 돋보이는 커다란 천체가 떠 있다. 바로 토성 위성 ‘타이탄’ 표면의 상상도이다.
최근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타이탄에서 수심이 최소 300m에 이르는 깊은 바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서해 평균 수심(44m)보다 7배나 깊은 바다가 타이탄 표면에 있다는 분석 결과는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2017년 임무를 마치고 토성으로 돌진해 사라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카시니호가 보낸 방대한 관측 자료를 코넬대 연구진이 정밀 분석해 확인한 것이다.
■ 수심 최소 300m 바다 존재
평균 기온 영하 179도인 타이탄
표면의 ‘메탄 바다’ 중 1곳 측정
장비 측정 한계인 300m 넘어서
지름 5150㎞로 수성보다도 큰 위성인 타이탄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은 과학계에 익히 알려져 있었다. 평균 기온이 영하 179도에 이를 정도로 추운 타이탄에는 주로 메탄이 액체로 변해 지표 여기저기에 고여 있다. 메탄의 녹는점이 영하 183도, 끓는점이 영하 162도에 이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다. 타이탄의 맹추위가 액체 메탄이 출렁이는 바다를 형성한 것이다. 비록 물은 아니지만 액체가 표면에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천체는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타이탄밖에 없다.
연구진의 발견은 이 바다가 매우 깊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카시니호에 달린 수심 관측용 투시 장비는 타이탄에서 액체 메탄을 품고 있는 3개 바다 가운데 하나인 ‘크라켄해’를 정조준했다. 그런데 깊이가 너무 깊어 관측 신호가 끝을 모르고 내려갔고, 결국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바닥까지 완전히 닿지도 못했다. 장비의 측정 한계가 300m였기 때문에 연구진은 수심이 ‘적어도’ 300m에 이른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크라켄해는 타이탄 표면에 있는 액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다. 면적이 40만㎢로 지구 최대의 내륙형 바다인 카스피해(37만㎢)보다 크다.
■ 바다에 잠수정 투입 추진
연구진은 크라켄해에 향후 잠수정을 투입하길 기대하고 있다. 잠수정이 물속을 휘젓고 다닐 정도로 수심이 깊기 때문이다. 높은 고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을 통한 간접적인 관찰이 아니라 직접 액체 메탄 바닷속을 뒤질 수 있다면 생명체 존재 등 의외의 발견을 하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타이탄에는 유기물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대기의 98%는 질소다. 수십억년 전 원시 지구에 가까운 환경이어서 과학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NASA는 타이탄 바다에 대한 탐사계획을 검토 중이다. 만약 자금 지원이 최종 결정된다면 2030년대에 타이탄의 바닷속을 누빌 잠수정을 로켓에 탑재해 발사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과학계는 전망하고 있다.
■ 생명 있어도 미생물 수준일 듯
NASA 잠수함 이용한 탐사 검토
원시 지구 같은 환경 ‘생명체 기대’
발견돼도 ‘미생물 수준’ 가능성
하지만 타이탄의 액체 메탄 바다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고 해도 그 형태는 지구의 생명체와는 판이할 것으로 보인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타이탄에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의 극지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생물 수준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타이탄과 태양의 거리가 지구와 태양 거리의 10배에 이르는 만큼 도달하는 에너지의 양이 극히 적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큰 몸을 가질 정도로 발달한 생물이 등장하기엔 악조건이라는 뜻이다. 심 연구원은 “메탄은 지구 생명체 입장에선 독성물질이기도 하다”며 “지구인이 알고 있는 종류의 생명체를 타이탄에서 볼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달과 화성에서 촉발된 우주개발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기술과 만나 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향후 수십년 안에 타이탄이 인류의 집중적인 탐사 영역에 들어올 거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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