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손 높이'에 있는 손 소독제..아이 눈이 위험해요
[경향신문]
공공장소 손 소독제 1m 높이 위치
어린이 눈높이 비슷해 사고 빈발
작은 키에 맞춰 별도 비치 필요
지난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손 소독제가 눈에 튀어 부상을 입는 어린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해외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공공장소에서 손 소독제가 어른이 쓰기 편하도록 지면에서 1m 높이에 비치되는 일이 많아 이를 사용하던 아이들이 눈을 다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한국도 손 소독제 사용이 일반화된 만큼 아동의 작은 키에 맞춘 안전한 위치에 별도의 손 소독제를 두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말 로스차일드 재단병원 등 프랑스 연구진은 자국의 독성물질통제센터(PCC) 자료를 분석해 손 소독제에 의한 아동의 안구 손상사고 비율이 한 해 사이 7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의학협회 안과학회지에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19년 4~8월 기준 18세 미만 아동이 입은 화학적 안구 손상 가운데 손 소독제가 원인이 된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이 비율이 9.9%까지 증가한 것이다. 입원이 필요한 심각한 부상은 2019년에는 단 한 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6명이 나왔다.
손 소독제에 의한 아동의 안구 손상이 늘어난 건 공공장소에 손 소독제가 비치되는 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공공장소에서 손 소독제 때문에 아동이 안구를 다친 사례는 모두 63건이었는데, 2019년에는 한 건도 없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6월 대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비치된 손 소독제로 인해 5세 아동이 눈에 부상을 입었다. 국내 의료계에선 지금도 손 소독제에 의한 안구 부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꾸준하다고 말한다.
손 소독제에는 에탄올이 60%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눈에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에탄올이 안구에 접촉하면 각막의 상피가 벗겨지는데,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신영주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손 소독제가 눈에 들어가면 즉시 수돗물이나 생리식염수를 되도록 많이 뿌려 씻어내야 한다”며 “안과를 방문해 치료용 렌즈를 끼거나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투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손 소독제 용기 구조와 공공장소에서 놓이는 위치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소독제는 대부분 용기의 머리 부위를 적당한 힘으로 눌러 내용물을 물총처럼 뽑아내는 디스펜서 형태다. 특히 어른이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쉽게 쓸 수 있도록 바닥에서 약 1m 높이에 비치되는 일이 많다. 손 동작이 서툰 키 작은 아동에게는 눈에 갑자기 소독제가 날아들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연구진은 “안전한 사용 요령을 삽화로 그려 소독제 주변에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보다는 그림이 익숙한 아동의 특성을 감안해 사용법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아동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낮은 높이에 별도의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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