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생체 전기는 '생명의 전기'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

김재욱 |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 입력 2021. 1. 31. 21:28 수정 2021. 1. 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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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생체의 전기적 현상은 18세기 말, 해부학 교수였던 루이지 갈바니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실험실에서 줄에 거꾸로 매달아 놓은 개구리들의 다리가 바람에 흔들려 철골에 닿을 때마다 팔딱거린다는 사실을 관찰하면서였다. 그러나 그 이후 2세기 동안 생체 전기 현상은 의학에 적극적으로 도입되지 못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기에 대한 지식과 응용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비로소 연구가 활발해졌다.

인체는 약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그 가운데 전기적 활동의 대표 주자로는 연락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와 움직임을 담당하는 ‘근육세포’가 있다. 세포는 안정 상태에서 음전하로 충전된 배터리인데, 나트륨과 칼륨을 이동시키면서 방전과 재충전을 반복하면서 일을 한다.

생명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하나의 목적으로 움직이는 세포들의 집단적 활동은 강한 전기적 신호를 발생시켜 피부 표면에서도 이들이 규칙적으로 발생시키는 전기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인체에서 가장 강한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곳인 심장을 비롯해 뇌와 근육 조직에서 발생하는 심전도, 뇌전도, 근전도 등은 수십년에 걸쳐 의학적 활용성이 증대됐다. 심전도 기술은 심장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건강 검진의 항목으로 보편화돼 있고, 뇌의 기능적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뇌전도 기술도 건강검진에서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생체의 전기적 현상은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 부상당한 부분에는 치료를 위해 자생적으로 전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러한 발견을 기반으로 1972년에 로버트 베커 박사가 다른 방법으로는 희망이 없는 대퇴골 골절 환자의 골절 부위에 ‘인공적인’ 전기자극을 줘 뼈를 자라게 하는 치료에 최초로 성공했다. 그 이후 전기생리학적 접근법에 대해 의학계의 관심이 차츰 커져 상처치유(세포 재생), 통증 완화, 혈액순환 개선 등에 전기 치료 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울증 등 수술이 힘든 뇌신경 질환의 완화나 치료를 위해서 뇌 표피에 전극을 부착해 전기 자극을 가하거나, 더 나아가 뇌 기저부 이상부분에 전극을 삽입해 이상회로 부위를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술도 임상에 활용되고 있다.

상처치유 전류 반응은 유심히 관찰한다면 우리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어머니 몸에 손을 얹었다가 강한 전기적 진동 반응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 이후 필자나 필자의 아내가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나빠지면 몸을 타고 흐르는 전기적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을 종종 경험하면서 치유적 전기 반응을 우리 감각으로도 쉽게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의학에서는 생체 전기가 기(氣)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 다만 현대물리학의 발전 이전에는 전하, 전자의 이동 등과 같이 생체 전기를 기술하는 정량적인 도구가 없었고, 몸에서의 감각에 기반한 설명만이 가능하였기에 생체의 전기적 현상에 대한 의미전달이 명확하지 않거나 신비스럽게 포장된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기의 의학적 활용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생체의 전기적 현상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성과로는 외부에서 인가한 전류에 대한 생체의 반응인 생체임피던스 특성이 당뇨병 환자에서 특이적으로 낮은 ‘위상각(세포의 건강 수준을 알 수 있는 전기신호)’을 보이고,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위상각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음을 규명한 바 있다. 생체의 전기적 현상은 신호 전달, 근육 수축, 물질 분비, 자극 수용 및 세포의 활성, 성장, 재생, 치유 등 신진대사의 기초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의학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더 많이 연구해야 할 주제이다.

김재욱 |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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