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촉발시킨 튀니지 "10년간 정치는 무엇을 했나"

10주년 반정부 시위 격화

[경향신문]

“튀니지의 봄은 멀었다” 30일(현지시간) 튀니지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던 중 물을 뿌리고 피켓을 던지며 저항하고 있다. 튀니스 | EAP연합뉴스

실업·빈곤 항의 2주째 거리로
경찰 최루탄에 청년 사망도
야당 의원들도 시위대 가세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아랍의 봄’ 10주년을 맞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경찰 폭력과 실업, 빈곤에 항의하면서 2주째 거리로 나왔다. 2011년 아랍국가 전역으로 퍼진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 시민들은 이제 ‘지난 10년간 정치권은 무엇을 했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튀니지 반정부 시위대 수백명은 30일(현지시간) 수도 튀니스에서 “경찰은 모든 곳에 있는데, 정의는 어디에도 없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시위대는 경찰에게 물병을 던졌고, 경찰은 봉으로 시위대를 구타해 해산을 시도했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전했다.

청년들이 대다수인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 폭력, 부정부패, 실업 등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에 참석한 와이다드는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꿈을 꿀 권리조차 없다”면서 “마약 밀매 같은 범죄에 빠지거나 불법 이주를 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위 참가자인 파우지야는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존엄하게 살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지난 14일부터 ‘아랍의 봄’ 10주년을 맞아 2주째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5일엔 한 청년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위가 격화했다.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다. 체포된 이들 대부분은 15~25세였다고 아랍전문매체 뉴아랍이 전했다.

아랍의 봄 이후 시민들은 독재자였던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24년 통치를 끝냈지만,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튀니지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다. 지난해 튀니지 경제는 -8%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23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을 협상하고 있다.

여기에 히셈 메시시 총리가 지난 27일 내각 관료 11명에 대한 인선 절차를 강행하면서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총리가 ‘부패 관료’들을 인선했다는 반발이 일었고, 일부 야당 의원들까지 거리로 나와 시위대와 함께했다.

정국이 어지러워지면서 대통령이 살해 위협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28일 사흘 전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앞으로 온 수상한 봉투를 개봉한 비서실장이 시력 상실을 유발하는 독극물에 중독돼 의식을 잃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은 봉투 개봉 당시 주변에 없어 피해를 입지 않았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