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러낸 '과오'에 대한 반성..바이든의 담대한 '좌클릭'

김윤나영 기자 2021. 1. 3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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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부터 진보적 의제 전면 부각 배경

[경향신문]

샌더스 등 진보진영이 견인…‘비백인과 청년’ 끌어안기
입법 통한 제도화까진 공화당·민주당 중도 설득 등 과제
최저시급 15달러로 2배 인상안, 개혁 성공 ‘시금석’ 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반 진보적 의제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취임 열흘 동안 25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환경, 인종, 노동, 세금 문제에서 예상보다 과감하고 진보적인 접근법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공화당의 반발을 넘어서고 민주당 중도성향 의원들을 설득하며 진보적 입법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4대 진보 의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일자리 논란에도 불구하고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를 결국 취소했다. 연방정부 소유 공유지에서 석유·가스 신규 채굴도 중단시키며 버락 오바마 정부 때보다 과감한 환경정책 청사진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100만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자에게 8년에 걸쳐 시민권을 주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이민법 개정안도 내놨다.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제도인 ‘다카(DACA)’도 강화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라는 용어도 비시민권자(noncitizen)로 바꿨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7.25달러인 전국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15달러로 100% 이상 인상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경기부양책에 최저임금 인상 법안을 포함시킨 것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단행한 부자감세도 일부 되돌리기로 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기로 했다.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민주당의 중심은 수년 동안 왼쪽으로 이동했으며 바이든도 당과 함께 왼쪽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 과거 실패 반성

당내 진보진영은 바이든 대통령을 왼쪽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공동 대선 의제를 마련하는 등 당내 진보진영을 끌어안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6년 대선 때처럼 비백인과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진보진영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다. 의회 내 진보코커스 의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민주당 하원의원은 바이든 정부 출범 당시 “할 일이 많다. 이제 시작하자”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탄생시킨 오바마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위기의식도 보인다. 포린폴리시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오바마 정부의 실패한 이민개혁이 트럼프주의를 일으켰다”면서 “이민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담한 도박은 미국의 미래에 관한 것이자, 미국이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에 대한 대리 싸움”이라고 했다.

■ 제도화까지는 험난

바이든 대통령의 진보적 의제가 제도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각종 행정조치들은 외교 마찰이나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는 바이든 정부의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 중단 조치를 두고 20일 법적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텍사스주 연방법원도 26일 불법 이민자 추방을 100일간 유예하기로 한 새 행정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의회의 동의를 얻어 진보적 의제들을 입법화하는 것은 더 어려운 과제다. 공화당의 반대를 넘어야 하는 것은 물론 당내 중도성향 의원들도 설득해야 한다. 상원 의석 분포가 50 대 50인 상황에서 민주당 중도성향 의원 중 한 사람만 반대해도 입법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향상 진보적 정책 추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정부가 진보의 핵심 의제인 ‘모두를 위한 단일 건강보험’ 정책을 수용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며 “프로그램이 야심차기는 하지만, 그가 하려는 일에 급진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의 개혁입법 성공 가능성을 판단할 첫 시험대는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법안의 통과 여부다. 샌더스 의원은 법안 통과를 위해 예산조정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풀뿌리 단체인 ‘루츠액션’(roots action)도 공화당과 타협하지 말라는 내용의 ‘허니문은 없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최소 11명의 상원의원이 보다 완만한 인상을 요구하며 제출된 법안에 대해 동의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30일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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