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공매도 맞선 미국 개미 '게임스톱 대첩'은 시청자가 르브론의 슛 블록한 격"
[경향신문]
“텔레비전으로 LA 레이커스의 농구 경기를 보던 ‘카우치 포테이토(소파에 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TV만 보는 사람)’들이 코트에 뛰어들어 르브론 제임스의 슛을 블록하고 앤서니 데이비스를 넘어 덩크슛을 한 것과 같다.”(월스트리트저널) “갈퀴 대신 수수료가 없는 중개 계좌로 무장한 포퓰리스트 봉기라 할 수 있다.”(CNN)
미국 증권시장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월스트리트의 엘리트 분석가들에게 승리를 거둔 ‘게임스톱 대첩’을 두고 미국 언론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90년대 닷컴버블처럼 특정 주식의 비합리적인 급등이라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2011년 월가 점령 시위를 떠올리거나 시장 민주화와 연결 짓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게임스톱을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잭 보글 뱅가드그룹 창업자가 제시한 개념인 시장 민주화의 정점이라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게임매장 기업인 게임스톱의 주가는 이달 초 17.25달러에서 지난 29일 325달러로 약 19배 뛰었다. 이달 초부터 월가의 헤지펀드들은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게임스톱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섰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월가가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똘똘 뭉쳐 주가를 끌어올렸다.
WSJ는 언제 어디서든 수수료 부담 없이 거래가 가능한 앱인 ‘로빈후드’의 등장, 개인투자자들이 실시간 소통하며 거대한 무리로 발전할 수 있는 ‘월스트리트베츠’의 존재 등 시장 민주화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2011년 월가 점령 시위의 재연이라는 시각도 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이날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견뎌낸 이들이 “이제는 (월가에) 갚아줄 시간이라 느낀다”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월가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한 레딧 사용자는 월스트리트베츠에 올린 글에서 “헤지펀드 엘리트들이 샴페인을 마시며 월가 점령 시위대를 내려다보던 것을 기억한다”며 “그들을 망하게 하기 위해 내 돈을 다 불태워버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특정 주식이 급등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CNBC는 29일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2% 이상 급락한 것도 게임스톱 등 일부 주식 과열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들이 공매도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한 것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CNBC는 “게임스톱은 과거 거품과 같으며 거품이 터지기 전에 투자를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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