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만명이 유튜브로..블랙핑크, 온라인으로 '진짜 공연' 되살렸다

2021. 1. 3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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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첫 유료 온라인 공연
유튜브 협업..멤버십 가입자 28만명
온라인 공연 시대에 찾아온 공연의 백미
현장감 살리고, 무대와 음악에 집중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여러분, 어때요?” 블랙핑크 리사가 공연이 끝나갈 무렵 만족감을 담아 이야기하자, 맏언니 지수가 말을 받았다. “준비 좀 해봤어요!” 팬데믹이 강타한 지난 한 해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는 왕성한 활동에도 블랙핑크는 단 한 차례도 온라인 콘서트를 열지 않았다. 지수의 한 마디엔 자신감과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세계적 그룹으로 성장한 블랙핑크가 31일 유튜브를 통해 첫 유료 온라인 공연인 ‘더 쇼’(THE SHOW)를 열었다. YG와 유튜브 뮤직이 파트너십을 맺고 생중계된 이날 공연은 프리미엄 멤버에게만 공개, 멤버십 가입자는 약 28만 명으로 1차 집계됐다.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공연은 ‘온라인’이기에 앞서 오프라인 공연을 오롯이 되살린다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K팝 온라인 공연의 대세로 자리잡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첨단 기술은 없었다. 블랙핑크의 온라인 콘서트는 굳이 오프라인 공연에서 구현할 수 없는 기술력을 발휘하기 보단, 음악과 퍼포먼스의 힘으로 채웠다. YG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K팝은 온라인 콘서트라는 돌파구로 각종 첨단 기술을 내세웠지만 ‘더 쇼’의 핵심은 무대 그 자체”라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이 빠지니 현장감이 다가왔다. 월드투어를 함께 했던 밴드팀 ‘더 밴드 식스’(THE BAND SIX)가 무대를 함께 하자 믿기 힘들 정도로 생생한 라이브 밴드의 사운드가 유튜브 채널을 거쳐 모니터를 뚫었다. 멤버들의 숨소리까지 들린 것은 공연장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은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로 시작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곡들이 1분 30여분 동안 이어졌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를 포함해 약 20곡도 함께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발매, 밀리언셀러에 오른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 수록곡도 선보였다. 발매 예정인 로제의 첫 솔로 무대 역시 이날 공개됐다. 아직 발매하지도 않은 신곡을 콘서트에서 사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팬들에게 가장 먼저 새 노래를 선보이고 싶다는 로제의 의지가 반영됐다. 솔로곡 ‘곤 (GONE)’은 로제의 아름다운 음색이 돋보이는 잔잔한 곡이다. 다른 멤버들의 솔로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지수는 토브 로의 ‘해비츠’(Habits)를 한국어 가사로 바꿔 불렀다. 멤버들은 지수의 무대는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리사는 도자 캣의 ‘세이 소’ 무대를 연출, 화려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제니는 새롭게 편곡한 ‘솔로’ 무대를 한국적인 무대 세트를 구현해 선보였다.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블랙핑크의 온라인 콘서트는 월드투어 못지 않은 대규모 세트가 세워졌다. 메인 세트 3개에 10개의 각기 다른 분위기의 무대가 마련됐다. 멤버들은 “실제 동굴을 재현한 무대 세트부터 폐허가 된 도시의 계단 파편까지 다 붙어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묘사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연에서 단골처럼 쓰이는 팬들과 영상을 통해 만나는 방식도 아날로그로 구현됐다. 마지막 곡 ‘포에버 영’에선 전 세계 팬들이 보낸 메시지가 종이로 옮겨져 무대를 채웠다. 이 무대를 손수 만드는 과정 역시 영상으로 보여줬다.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공연의 타이틀을 ‘더 쇼’로 지은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온라인 공연임에도 오프라인에서 보는 것만 같은 현장감으로 진짜 ‘공연’다운 공연, ‘쇼’다운 쇼를 구현하려는 ‘장인정신’이 담겼다. 정치영 YG엔터테인먼트 공연 총괄은 “어떤 짜인 틀에 맞춘 보여주기식 공연이 아닌, 진짜 가수가 빛나는 ‘쇼’다운 ‘쇼’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고 공연의 가치가 커진다. 테크놀로지가 아닌 가수의 혼이 담긴 무대여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을 마치며 멤버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모습으로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로제는 “무대를 사랑하는 네 명이기에, 이 공연을 통해 많은 위로와 에너지를 받아가는 것 같다”고 했고, 지수는 “이 공연을 보는 동안 에너지와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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