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툭하면 꺼지는 '불의 정원'에 자동점화장치 설치
[경향신문]
경북 포항시 남구 철길숲의 명물인 ‘불의 정원’에서 불길이 자주 꺼지자 포항시가 관광자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점화장치를 달았다. 이 정원의 불길은 2017년 3월8일 동해남부선 폐철도부지를 철길숲으로 조성하는 공사를 하던 중 지하수 개발을 위해 굴착기로 지하 200m까지 관정을 파다가 땅속에서 새어나온 천연가스에 불이 붙은 것이다. 포항은 1970년대 초·중반 석유·가스 개발 실험을 여러 곳에서 진행할 정도로 가스 등 지하자원이 일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는 앞서 철길숲 주변을 조사한 결과 메탄 성분의 천연가스가 지하에 매장된 것을 확인했지만 경제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자 불이 붙은 굴착기와 관정을 보존하면서 주변에 강화유리막을 설치해 ‘불의 정원’이라 이름 짓고 공원을 만들어 관광자원화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불길이 약해지더니 일시적으로 꺼졌다가 다시 붙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불의 정원이라면서 불길이 너무 희미하거나 아예 꺼져버려 볼 것이 없다”는 민원도 제기했다.
포항시는 기온이 떨어지면 천연가스가 액화하면서 불이 잘 붙지 않고, 과거 4년가량 계속 타오르다 보니 지하가스가 상당량 고갈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지하가스층 주변에 지하수가 계속 스며들면서 지상으로 분출되는 가스통로를 막은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철길숲 공원관리소 관계자들이 불이 꺼질 때마다 토치 같은 점화장치를 활용해 일일이 불을 다시 지폈지만 매번 수동으로 재점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야간에 불이 꺼질 때는 금방 대처하기도 어려웠다. 포항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자동점화장치를 불의 정원에 설치했다. 이 장치는 불이 꺼지면 자외선(UV) 감지센서가 자동으로 인식해 불꽃을 일으켜 0.5초 사이에 재점화한다.
자동점화장치 설치 이후에는 불의 정원 주변에 지하수가 아주 많이 흘러나오는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불이 꺼지더라도 금방 다시 불길이 치솟는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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