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사건수임' 대신 '법률자문'..전관의 은밀한 계약

곽승규 2021. 1. 3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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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원 ▶

2년 계약에 17억 원. 예상은 했습니다만 참 많긴 많네요.

◀ 허일후 ▶

재계 서열 26위 효성 그룹이 저 정도 돈을 냈다, 그렇다면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총수는 변호사 비용으로 얼마를 내는지 궁금하네요.

◀ 곽승규 ▶

그건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조승원 ▶

그런데 계약서가 두 종류가 있잖아요? 하나는 사건수임 계약이고, 다른 하나는 법률자문 계약이에요.

◀ 곽승규 ▶

두 계약은 차이가 있습니다.

사건수임 계약을 맺으면 법원에 선임계을 제출해야 합니다. 누가 변호인인지 모두 공개됩니다.

반면 포괄적인 법률자문 계약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 조승원 ▶

아하.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움직이기 더 편하겠군요?

◀ 곽승규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관들에게 더 문제가 되는 건,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 수임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법률자문 계약입니다.

효성이 맺은 또다른 계약서

역시 법률자문 계약입니다.

이 계약의 당사자는 홍만표 변호사입니다.

2013년 11월 1일 체결했습니다.

효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때입니다.

법률자문료는 두 달에 2억 원.

세금은 효성이 부담하는 조건입니다.

홍만표 변호사.

최재경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역시 잘 나가던 특수부 검사였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대검 기조부장을 지냈습니다.

2009년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이인규 중수부장, 우병우 중수1과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이끌었습니다.

2011년 그는 검사장으로 퇴임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검찰 수사를 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고, 수임 내역을 축소 신고해 세금 15억 원을 포탈한 혐의였습니다.

[홍만표/2016년 5월 27일] "<정운호 씨 원정도박 변론 맡으셨을 때 검찰에 영향력 행사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인정하십니까?> 영향력 행사, 전혀 없습니다."

이 사건보다 더 주목받은 건, 홍만표 변호사의 수입 액수였습니다.

2011년 퇴임한 뒤 서초동 쌍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건을 쓸어담았습니다.

1년 4개월 동안 국세청에 신고한 매출액만 110억 원.

한 달 평균 6억8천만 원입니다.

2013년에는 건강보험 납부액이 개인소득자 가운데 15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홍만표] "<왜 유독 본인한테만 그렇게 사건이 많이 몰렸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름 열심히 일했습니다."

2018년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차례로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故 조양호 회장은 200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故 조양호/한진그룹 회장 (2018년)] "성실히 조사받겠습니다."

셋째 딸은 조현민 씨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조현민/전 대한항공 전무 (2018년)]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부인 이명희 씨는 상습 폭행과 폭언으로 수사받았습니다.

이 시기 주식회사 한진은 검사장 출신 전관을 비상근 법률고문으로 영입합니다.

박민표 변호사입니다.

대전지검장과 서울동부지검장, 대검찰청 강력부장을 끝으로 2017년 퇴임했습니다.

박 변호사가 퇴임전 검사장으로서 지휘했던 검사는 100명이 넘습니다.

박 변호사 한 사람을 고용하면서, 한진이 접근할 수 있는 검찰 네트워크가 상당히 넓어진 겁니다.

실제로 이명희, 조현아 모녀 수사를 맡은 예세민 부장검사는 2014년 대전지검장 시절 부하 검사였습니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그 사건들을 담당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박민표 변호사] "기업 자문을 해주는 거지, 개인 사건에 대한 자문을 해준 건 아니에요. 법 절차에 따라서 개인을 변호하려면 거기에 따른 선임 절차를 거쳐야 되는 거거든요. 기업을 자문해주면 그 기업에 자문 의견을 주잖아요. 그거하고 개인 자문하는 건 내용이 다 달라서."

전관 변호사들과 기업들은 왜 사건 수임이 아니라, 포괄적인 자문계약을 맺을까?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문계약의 형식을 통해서 선임된 변호사의 경우에는 선임 사실이 공식화되지 않다 보니까 자유롭게 판사나 검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판 과정이나 수사 과정에 뭔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비공식적인 루트가 열리게 되는 것이죠. 바로 그런 비공식적인 편의를 위한 대가가 선임계를 낸 변호사의 수임료보다 그렇지 않은 고문변호사의 수임료가 더 많아지는 기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전관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느슨합니다.

2015년부터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되면서 검사장과 고법 부장판사 이상은 3년 간 대형 로펌에 취업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업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거나, 아예 기업에 취업하는 건 별다른 제한이 없습니다.

2015년 12월 대전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한 조성욱 변호사.

곧바로 개인 사무실을 차린 뒤 3년 간 기업 16곳과 법률 고문 계약을 맺었습니다.

태광그룹 계열사 2곳, 효성그룹 계열사 3곳도 포함됐습니다.

태광과 효성은 모두 총수의 횡령, 배임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조성욱 변호사는 로펌 취업제한 3년이 끝나자마자 3대 로펌 중 하나인 화우에 들어가, 지금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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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074648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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