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대신 '초빙교수' 꼼수 채용한 사립대
강사법 바뀌어도 처우 제자리걸음.."법 고쳐 허점 없애야"
[경향신문]
수도권의 한 사립 전문대학교에서 지난해 9월부터 초빙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는 A씨는 12월 겨울방학과 동시에 임금이 끊겼다. 강사와 달리 초빙교수는 방학 중 임금 지급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도 일시적으로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A씨는 “사립대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강사’ 대신 ‘초빙교수’로 임용계약을 맺고 있다”며 “이 대학에서는 방학 중에는 임금이 없고 건강보험도 적용하지 않는다. 강사법의 취지를 편법으로 우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강사에게 법으로 보장된 방학 중 임금과 3년간 재임용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일부 대학들이 초빙교수 등 다른 형태로 비정규직 교수를 채용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본래 초빙교수는 ‘특수한 교과’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한정돼 있지만, 이 정의 자체가 모호한 허점을 이용해 일부 대학들이 일반 강의에도 초빙교수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다.
2019년 8월부터 시행된 개정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에는 대학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학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3년간 재임용도 보장해야 한다. 개정 강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강사 외에 겸·초빙교원으로 비정규직 교수를 채용하는 행태는 강사법 개정 논의 초기부터 강사들이 우려했던 내용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겸임교수는 대학 외의 소속기관에서 상시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 초빙교수는 특수한 교과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 부위원장은 “초빙교수는 특수한 교과를 가르치도록 한정돼 있지만, 대학들이 강사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계약서를 쓸 때 강사와 초빙교수 중에 선택지를 주고 초빙교수를 선택하게끔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때문에 같은 대학, 동일한 강좌를 한 반은 강사가, 한 반은 초빙교수가 맡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섭 한교조 위원장은 “특수한 교과가 무엇인지를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임의로 해석할 수 없도록 명백히 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대학, 강사단체가 참여하는 강사제도발전협의회가 가동 중이지만 대학들에서는 오히려 겸·초빙 자격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 강사법의 적용을 받아도 여전히 고용불안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 사립대에서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개정 강사법 시행에 맞춰 2019년 2학기에 계약을 했다. 재임용 절차가 보장되는 3년은 당장 내년 2학기까지다.
B씨는 “대학에서는 벌써부터 교육과정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사들이 주로 맡는 필수교양 수업을 학과별로 선택하도록 바꾸는 식”이라며 “강사들은 교육과정 개편을 빌미로 대학들이 강사법 도입 3년이 지난 내년 2학기부터 대량해고가 벌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강사들의 강의 시간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0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4년제 대학 196개에서 강사가 담당하는 강의는 15만2898학점(전체 강의의 21.3%)으로 2019년 2학기(12만1265학점·17.3%)보다 증가했지만, 강사법 시행 전인 2018년 1학기(16만4689점·22.5%)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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