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북 원전'..선 넘은 정치 공세

유신모·박효재 기자 2021. 1. 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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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미국 동의 없인 '비현실적 구상'에도 야당, 집요한 의혹 제기
핵 포기 대가로 '원전' 요구할지도 불투명..산업부 "문건에 한계 적혀"

[경향신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원전 건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게 계기다.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이적행위”라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원전 건설 자체가 북핵 문제 해결 등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야당의 의혹 제기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북한에 원전이 지어지려면 매우 요원해 보이는 여러 여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이 허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이 선결 조건이다. 북한에 원전을 짓는 것도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 남한이 북한에 원전을 제공한다는 것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남한이 북한에 원전을 짓는다는 것은 핵기술과 장비에 대한 미국의 원천기술이 북한에 제공되는 것이다. 북·미 사이에 평화적 원자력 협력에 관한 협정, 즉 ‘북·미 원자력협정’이 먼저 체결되어야 한다. 미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회원국이 돼 정기적 사찰을 받아야 한다. 이는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이미 보유 중인 핵무기·핵물질도 제거된 상태가 됐음을 의미한다. 북한 원전 건설이 얼마나 현실과 거리가 먼 구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과 핵협정을 맺고 원자로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중·러가 국제비확산체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할 가능성은 없다.

지금으로서 북한 원전 건설은 완전히 비현실적인 구상이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했다고 보기 어렵다. 야당도 이를 모를 리 없으므로 지금 같은 대정부 공세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부는 31일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자료”라며 “결문에서 ‘북·미 비핵화 조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 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한 이후 추가 검토 필요’라고 기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핵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북한이 원자로 제공을 대가로 요구할지도 불투명하다. 북한은 북·미 협상 초기 핵개발 의혹을 부인하고 전력난 해소를 위한 원자로를 개발 중이라면서 핵 포기 대가로 중유 등 에너지 제공과 경수로 건설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경수로 제공 내용이 포함됐으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출범했다.

북한은 2010년 11월 실험용 경수로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체 경수로 개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우라늄 농축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경수로 건설을 내세웠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신모·박효재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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