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행위" 북 원전 기정사실화..국민의힘, 또 구태 이념몰이
민주당 "망국적 색깔론·북풍 공작정치 뿌리 뽑을 것"
재·보선 앞두고 '주도권 싸움'..정책·민생 '뒷전' 우려
[경향신문]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이적행위” “반역죄” “대북 원전 게이트”라고 연일 공격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턱없는 억측” “구태정치”라며 법적 조치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4·7 재·보궐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야당이 실체 규명보다는 해묵은 정치 공방을 키우면서 시대착오적 이념논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원전 건설 논란은 주말인 30~31일 정치권 내에서 눈덩이처럼 확산됐다. 지난 29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격적 이적행위”라고 규정하자 여당이 강력 대응에 나서면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김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읽고 제 눈을 의심했다”며 “너무 턱없는 억측이다. 국가 운영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설마 보궐선거 때문에 그토록 어긋난 발언을 하신 건가”라고 맞받았다.
신영대 대변인은 31일 서면 브리핑에서 “망국적 색깔론과 북풍 공작정치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 청와대 측이 29일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발언”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여당 대표까지 나선 것이다. 정부·여당은 북한 원전 건설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했으나 실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권의 반박이 커지자 야당은 공세를 더욱 끌어올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북 원전 의혹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경천동지할 만한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누구 지시에 따라 추진된 것인지, 국민 공감대 없이 극비리에 추진한 사유가 무엇인지 밝히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밝히지 않으면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도 “이적행위”라는 말이 쏟아졌다.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원전 대북상납 의혹” 등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것은 단순히 북풍을 넘어서는 반역죄”라고 했다.
여야의 논쟁이 ‘점입가경’식으로 진행되면서 정작 실체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당은 특히 북한 원전 건설을 기정사실화한 채 여러 억측들만 내놓고 있다. 북한 원전 건설이 국제사회의 동의와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에는 눈을 감은 채 의혹 제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혹 초반부터 서로 난타전을 벌이는 양상은 여야 모두가 이 사안을 ‘주도권 경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하고 있다. 특히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터라 여야 모두 논쟁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칫 정책·비전 경쟁이나 민생 대안 제시는 뒷전으로 밀릴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북풍 논란’ 등 선거 때마다 불었던 시대착오적인 이념논쟁으로 확전될까 우려하는 시선이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예전부터 추진해왔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여야 모두에 정치 실익 효과도 없다. 증거 관계 등을 놓고 감사원 등을 통해 검증하면 될 문제”라며 “여야 공방 자체가 선거를 앞두고 민생을 얘기해야 할 상황에서 현명한 정치 행보는 아니다”라고 했다.
박홍두·박용하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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