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복직 도보행진' 한 달..청와대 앞 40일째 단식, 4명이 쓰러졌다
[경향신문]
해고된 지 35년. 환갑을 넘긴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며 동료들이 단식을 시작했다. 해고노동자는 그냥 지켜만 보는 게 너무 불편하다며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동료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해 말 시작한 청와대 앞 노숙단식농성은 31일로 40일을 넘겼다.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향하는 도보행진은 한 달을 맞았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이날 오후 경기 평택역에 도착했다. 130여명과 함께 천안에서 이곳까지 걸어온 거리만 13㎞. 평택역에 도착한 김 지도위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의 복직 문제가 아니었다. 오랜 투쟁 끝에 어렵게 복직했지만 또다시 해고 위기에 몰린 쌍용차 노동자들을 향해 말했다.
“평택을 떠나 부산 영도까지 부르튼 발로 핏자국을 찍으며 천리길을 걸어왔던 쌍차 동지들, 11년 만에 그 길을 거슬러 우리가 왔습니다. 정리해고, 구사대와 경찰의 폭력, 그리고 마침내 복직, 승리의 시간은 짧고 고통의 시간들은 길지만 우린 또 헤쳐 나갈 것입니다.”
한 달째 계속되는 행진에도 김 지도위원은 늘 앞장서 걸으며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행진이 장기화하면서 점점 피로를 호소한다. 그는 암이 재발한 상태지만 의료진의 치료 권유를 마다하고 있다. 처음부터 행진에 함께하고 있는 황이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미조직부장은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그것으로 본인도 힘을 내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곡기를 끊고 있는 동료들이 있는 청와대 앞에 오는 7일 도착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경찰이 행진을 차단할 거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반면 그의 복직 문제 해결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올해 들어 김 지도위원 측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지만 아직 희소식은 없다. 다음달 초에는 박병석 국회의장과도 면담을 잡아두고 있다.
김 지도위원을 기다리는 단식자들은 현재 7명 중 4명이 쓰러져 3명만 남았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서 천막도 치지 못한 채 40일 넘게 버텨왔지만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며칠 전 가슴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실려간 서영섭 신부에 이어 지난 30일에는 성미선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긴급이송됐다. 남은 농성자들도 몸무게가 15㎏이나 줄어드는 등 상태가 매우 좋지 않지만, 이들은 김 지도위원 복직 없이는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식자들은 문제 해결에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6년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과 사측이 결탁한 부당해고였기 때문에 정부가 사과하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과 지난해에 걸쳐 두 차례나 사측에 김 지도위원 복직을 권고했다. 그러나 사측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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