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름다운 - 제프 다이어 [이서수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은 글을 쓸 때 생각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기도 하고, 층간소음의 유일한 해결책이기도 해서 거의 매일 음악을 듣는다. 글을 쓸 땐 가사가 없는 음악, 그중에서도 재즈를 즐겨 듣는다. 그렇다고 내가 재즈를 잘 아는 사람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제프 다이어가 쓴 <그러나 아름다운>을 읽고, 음악과 함께 우리에게 영혼까지 남기고 떠난 재즈 뮤지션 몇 명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몇 명으로도 매우 충분했으니, 아마도 제프 다이어가 뮤지션들의 영혼을 너무나 아름다운 방식으로 펼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방식이란 다름 아닌 ‘산문’이다.
이 책에 실린 뮤지션들 중 두 명을 소개하고 싶다. 레스터 영과 텔로니어스 몽크다. 제프 다이어가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은 허구와 사실의 경계가 모호하며, 장르를 규정하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무경계에서 오는 무한한 해석의 자유가 있다.
레스터 영을 진찰한 신경정신과 의사는 그에 대한 진찰기록을 대략 이렇게 남겼다. 약물 중독과 알코올 중독, 떠돌이 생활에서 기인한 정신병적인 상태 등등. 그리고 이를 요약하는 단어를 추가했다. “재즈.” 규율을 중시하는 군의관에게 재즈는 혼란의 총체였는지도 모르지만 레스터 영에겐 군대가 바로 그러한 곳이었다.
텔로니어스 몽크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그는 자기만의 세계가 병적일 정도로 견고했던 뮤지션이다.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았지만 동시에 누구도 보지 못하는 걸 찾아냈고, 침묵했지만 모든 말을 했다. 이해받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 제프 다이어는 이렇듯 영혼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슬프지만 그러나 아름다운 재즈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직조해낸다.
이서수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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