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AI 김광석'
[경향신문]
<현인강림(賢人降臨)>은 2016년 8월 일본 인공지능(AI) ‘제로’가 쓴 소설이다. 전자책으로 공식 출간돼 정가 800엔에 판매됐다. 19세기 일본 사상가 2명의 저서와 자료를 딥러닝(학습)해 썼다고 한다. 2018년 10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선 AI 화가가 선보인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43만2500달러(약 5억원)에 팔렸다. 낙찰 예상가보다 40배 이상 높았다. 프랑스 AI ‘오비어스’가 14~20세기 초상화 1만5000여점을 학습해 새로 그린 작품이었다.
얼굴인식·자율주행·반려로봇 등을 통해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은 AI 기술이 예술과 창작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소설·시나리오 쓰기, 그림 그리기뿐 아니라 음악 분야에도 성큼 다가와 있다. 작사·작곡은 물론이고 직접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미국 산타크루즈대 연구진이 개발한 AI 작곡가 ‘에밀리 하웰’은 2010년에 이미 모차르트·베토벤 등 거장들의 작품을 토대로 새 음악을 창작해 디지털 앨범을 냈다. 구글은 1000여개 악기와 30여만개 음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AI에 학습시켜 새로운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내는 ‘마젠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주말 TV에 ‘AI 김광석’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1996년 세상을 떠난 가수가 사후 6년 뒤에 나온 곡 ‘보고 싶다’ 등을 열창하는 것이 AI 기술로 구현돼 팬들에게 놀라움을 전했다. 숨소리와 바이브레이션까지 생생하게 재현돼 고인이 되살아 나온 듯했다. 지난 연말 고 김현식·신해철 등이 AI로 ‘복원’된 데 이어진 일이다. AI가 시공과 생사를 넘어서는 현실을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자유자재로 합성·복제된다는 건 보이스피싱처럼 악용될 소지도 있다. 이 분야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소리인지 가리는 인공지능을 또 개발하겠다고 한다. 기술은 이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AI를 개발하는 AI가 나올 참이다. 예술과 창작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AI가 따라잡기 어렵다고만 할 때가 아니다. 직감부터 감정·판단력·창의력까지, 인간이 AI보다 낫다고 할 영역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앞으로 인간은 어떤 독자적 능력을 남길 수 있을까.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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