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두고 내린 가방..알고 보니 '마약 가방'
<앵커>
승객이 두고 내린 가방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는 택시기사분의 제보가 왔습니다.
가방을 돌려주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는데도, 운행에 방해될 만큼 수십 차례 전화와 문자에, 또 사례비까지 주겠다며 독촉했다는데, 왜 그토록 가방을 다급하게 찾았던 것인지, 김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늘(31일) 새벽, 가까운 사이로 보이는 남녀 승객이 택시에 탑승합니다.
이들을 서울 강남에서 내려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기사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남성 승객 : 방금 탔던 사람인데요. 제가 클러치백(손가방)을 두고 내렸는데…. (손님 모시러 가고 있으니까 손님 내려주고 연락드릴게요.) 가방 있는지 먼저 확인해주시겠어요?]
뒷좌석에서 가방을 찾아 챙겨뒀는데, 이번에는 함께 타고 있던 여성 승객이 또 전화를 걸어 애타게 가방을 찾습니다.
[여성 승객 : 손님 있어도 (가방 있는지) 확인은 해주시면 안 돼요?]
운행 중임을 알렸는데도 재촉은 계속됐고,
[남성 승객 :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목적지 어디로 가고 계세요?]
경기도 평택까지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에도 이들 남녀의 전화와 문자 세례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택시기사 : 너무 기분이 나빴죠. 분명히 손님 내려 드리고 연락드린다고 했는데도 계속 이런 식으로 (전화랑 문자가) 오니까….]
평택 손님을 내려준 뒤에는 서울-평택 왕복 택시비의 3배를 줄 테니 서둘러 와달라고 애원합니다.
[남성 승객 : 사례할 테니까 주세요. 50만 원 드릴게요.]
두 사람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여긴 택시기사는 경찰서로 향했고, 가방 안에서는 투약기와 주사기, 마약류인 메트암페타민과 헤로인으로 보이는 가루 3g이 나왔습니다.
다급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경찰은 국과수에 성분 검사를 의뢰하고, 40대와 30대인 두 남녀에 대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김상민 기자msk@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