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뱃돈으로 내쳐라" 디지털화폐 선수치고 나섰다

오로라 기자 2021. 1. 3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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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청두·쑤저우 등 대도시서 190억원 규모 '디지털위안' 뿌려.. 세계로 결제망 확장 야심 드러내

지난 26일 오전 10시, 중국 선전시 룽화(龍華)구 시민 10만명의 스마트폰엔 “당첨을 축하합니다! 보내드린 링크를 따라 디지털 위안 앱을 다운받으세요”라는 안내 메시지가 전송됐다. 중국 당국이 이번 명절 타지로 이동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 위안 훙바오(紅包·세뱃돈)’의 추첨 이벤트 결과를 통보한 것이다. 중국 관영 펑파이신문은 “추첨에 37만여명이 몰렸고 당첨자는 1인당 200위안(약 3만5000원)의 디지털 위안을 지급받는다”며 “오는 2월 9일까지 총 2000만위안(약 35억원) 규모의 디지털 위안을 현지 3500여개 매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최대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온라인 세뱃돈을 뿌리며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이 디지털 화폐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중국 국민의 인식을 높여 보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중국 정부는 선전시 외에 청두·쑤저우 등에서도 총 9000만위안(약 156억원) 규모의 훙바오 추첨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매체 텅쉰망은 “추첨 이벤트에 당첨되는 수십만 명의 사람이 자연스럽게 디지털 위안 결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올해는 디지털 위안화가 금융 체제에 혁명을 일으키는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디지털 화폐 도입 초읽기

관영 디지털 화폐는 말 그대로 관(官)인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이다. 다만 종이나 동전으로 존재하는 일반 지폐와 달리 디지털 화폐는 실물은 없이 정부가 가치를 담보하는 디지털 장부에만 존재한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 화폐처럼 블록체인(분산저장) 기술을 활용하지만, 수시로 널뛰는 가상 화폐와 달리 지폐처럼 가치가 고정돼 있다. 1디지털 위안이 현실세계에서도 1위안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의 한 매장 계산대에‘디지털위안(ECNY)’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웨이보 캡처

현재 글로벌 각국 중 디지털화폐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 결제 테스트를 진행한 뒤 사용 방식과 사용처를 크게 늘리고 있다. 처음엔 지정된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스마트폰 앱 결제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징둥닷컴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결제가 가능해졌다. 12월에는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위안 앱이 출시됐다. 교통카드처럼 NFC(근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기술을 적용한 실물 카드도 나왔다. 선전·쑤저우·베이징·상하이 등에서 디지털 화폐 시험에 참여한 일반 시민만 30여만명에 이른다. 중국 인터넷 매체 신랑재경은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서두르는 데는 중국 간편 결제 시장을 양분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금융 패권을 억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디지털 위안화 결제망을 통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 결제 시스템을 우회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기축통화가 위안화로 바뀌지 않으면 미국의 G1 지위를 빼앗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2월 홍콩 인민은행 지점 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첫 ‘국경 간 디지털 위안화 거래’를 테스트하며 디지털 위안화 결제망을 글로벌로 확장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중국 의식했나… 글로벌 디지털 화폐 도입 경쟁

글로벌 주요국들도 디지털 화폐 연구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부터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MIT(매사추세츠공대)와 디지털 달러 공동 개발에 나섰다. 유럽은 지난해 11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디지털 유로 발행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5년 안에 시범 운영에 나설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디지털 화폐 검토를 공식화했고, 올 4월부터 소규모 디지털 화폐 시범 운용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한국은행도 현재 외부 컨설팅을 받으며 국내 디지털 화폐 도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금 사회에서 디지털 화폐 사회로 넘어가게 되면 일단 지폐 제조의 막대한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각종 수수료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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