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악!" 올해 쓸어담은 10종목 다 마이너스네
회사원 김모(40)씨는 연초에 코스피가 3000선을 뚫자 생애 처음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 작년 말에 받은 성과급과 평소 모아둔 돈 900만원가량을 투자해 삼성전자 주식을 100주 샀다. 그런데 김씨가 살 때는 9만원 안팎이었던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29일 8만2000원까지 떨어져서 지금 팔면 80만원 넘게 손해를 볼 상황이다. 그는 “다른 개미(개인 투자자)들도 삼성전자를 많이 산다고 해서 주가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 결과”라며 “손실이 더 커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올 들어 김씨 같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주식을 22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지난해 1년 동안 개인들이 코스피에서 사들인 순매수액(약 47조원)의 거의 절반을 한 달 만에 사들인 것이다.
개인들의 과감한 투자는 성공했을까. 본지는 한국거래소의 도움을 받아 개인들의 투자 성적표를 중간 점검해봤다. 개인들이 1월에 새로 산 주식의 평균 순매수 가격을 29일 종가와 비교한 것이다. 대상은 삼성전자 등 1월에 개인들이 많이 산 10종목이었다. 분석 결과, 1월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추정 수익률은 -5.9%로 외국인(-2.5%)이나 기관(2.5%)보다 낮았다. 개인들이 대형주 위주로 안정적인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에 급등세를 보였던 주가가 1월 말에 상당 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승을 이끈 저금리·달러 약세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가의 흐름이 하락세로 완전히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장기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라면 당장 주가가 내려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형주 위주 신중 투자에도 결국 손실
올해 개인들은 “기관 투자자처럼 투자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예전처럼 소문만 믿고 중·소형주에 투자하지 않고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주 위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5일 3200선을 넘었던 코스피가 외국인의 매도세 속에 지난 29일 2976.21까지 하락하면서, 올 들어 주식을 순매수한 사람의 경우 대부분 손실을 보게 됐다.
특히 1월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은 모두 추정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정 수익률은 지난 1월 종목별 개인 순매수 금액을 순매수 주식 수량으로 나눠 구한 ‘평균 순매수 가격’과 1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의 해당 종목 종가를 비교한 값이다. 개인 순매수 1위인 삼성전자(순매수 10조1564억원)의 추정 수익률이 -5.7%였고, 현대차(-11.7%)와 셀트리온(-12.1%) 등도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순매수 상위 1·2위 종목인 네이버(7.2%)와 카카오(3%) 등에서 수익을 냈다. 기관 역시 순매수 1위 종목인 SK의 수익률이 5.9%였다.
◇전문가 “증시 하락세로 완전히 돌아선 것 아니야”
지난 1월에는 개인의 대규모 매수세와 기관·외국인의 매도세가 충돌하면서 주가 변동폭이 컸다. 1월에 거래가 이뤄진 20일 중 하루 코스피 변동 폭이 2%를 넘은 날이 16일이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무리하게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개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분위기도 주춤해지고 있다. 지난 25일 21조6331억원까지 불어났던 신용융자(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금액)는 3일 연속 감소하면서 28일에는 21조2444억원까지 줄었다.
다만 대부분 전문가는 1월 말 주가 약세에 대해 “국내 증시 흐름이 하락세로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일시적 하락 이후에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돈을 빌려서 투자한 사람은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팔아 돈을 갚는 것이 좋지만, 여유 자금으로 장기 투자하는 사람은 크게 두려워할 상황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 수 있는 저금리와 달러 약세라는 환경에는 변화가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주가 하락이 저가 매수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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