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압박·주주 반발 사이 낀 금융사들 '난감'

이진철 2021. 1. 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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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어 보험사도 배당 자제령
보험업계 호실적에도 배당은 줄어
'배당 막고 이익은 공유하라니'
개인·외국인 항의 쇄도

[이데일리 이진철 김인경 기자]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이 은행에 이어 보험사 등 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주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주들이 배당을 통해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은 막으면서 금융사의 이익을 불특정 다수를 위해 기부 등의 형식으로 내놓으라는 주장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28일 은행권에 ‘순이익의 20% 이내 배당’을 권고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별 배당계획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에 20% 배당권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보험업계도 방향을 맞춰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은행에 이어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는 보험업계는 난감해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우려와 달리 호실적을 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보험업계 당기순이익은 5조574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95억원(6.1%) 늘었다.

실제로 지난 29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삼성생명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37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 증가하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5% 감소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삼성생명은 2020회계연도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2500원이며, 배당금 총액은 4489억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직전년도 주당 배당금 2650원, 배당금 총액 4758억원보다 줄어든 규모다. 배당성향도 37%에서 35.5%로 줄었다.

오는 4일 KB금융지주, 5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2020회계연도 실적발표가 예정된 금융지주사들도 배당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들은 지난해 25~27%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1조8722억원 중 5056억원)가 27%로 가장 높았고 KB금융지주(3조3118억원 중 8610억원)와 하나금융지주(2조3916억원 중 6165억원)는 26%, 신한금융지주(3조4035억원 중 8839억원)는 25%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사의 순이익 추정치는 KB금융 3조5245억원, 신한금융지주 3조5932억원, 하나금융지주 2조5648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6223억원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보고서에서 KB금융과 우리금융, 하나금융의 배당성향은 약 19.5~20% 내외, 신한지주는 21.5~22%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일부 금융지주사는 경영진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주가 부양 노력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러나 배당 축소로 외국인을 비롯한 주주들이 이탈하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당 자제 권고안에 NH농협금융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배당을 바탕으로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배당을 지급한다. 배당이 줄면 농민 지원도 줄어든다. 농협금융은 금융당국이 배당 권고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이유로 KDB산업은행이나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만큼, 농협 역시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호소할 계획이다.

정부의 배당 축소 권고는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금융사 이익공유제 참여 요구와 얽혀 주주들로부터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여당과 금융권은 서민금융법을 개정하고 사회연대기금 차원에서 금융취약계층에 사용되는 ‘서민금융기금’ 규모를 5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에 따라 5000억원을 마련하려면 은행 등이 적어도 1100억원 이상을 새로 출연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금융지주사의 투자자 대응·관리 부서에는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이익공유제 관련 문의도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의 배당 성향 20% 이내 권고와 이익공유 차원에서 서민금융기금 등에 기부 형태로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금융지주는 만일의 소송에 대비해 주주 이익을 줄이는 대신 불특정 다수를 위해 기금에 출연하는 경영행위 등에 위법 소지가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진철 (che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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