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전쟁은 반드시 잔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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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한국전쟁에 휘말려 포로수용소와 형무소를 거처 26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정찬우의 수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하지만 그해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전황은 급반전되었고 퇴로가 막힌 정찬우는 산으로 들어가 빨치산이 된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를 증언하는 실화이고 전쟁의 의미와 인간의 조건을 다시 묻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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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펴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한국전쟁에 휘말려 포로수용소와 형무소를 거처 26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정찬우의 수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정찬우는 실제 인물이다. 정찬우는 살아생전 자신이 겪은 한국 현대사를 글로 남겼고, 가족들은 장롱 속에 50년간 이를 간직해 왔다. 작자는 우연한 기회에 이 수기를 입수했다. '50년이라는 시간' 속에 봉인되었던 이야기는 총 15장으로 나뉘어진 장편소설로 탄생하게 됐다. 한 개인의 수난사를 넘어 민족의 수난사를 담은 소설이다
전남 고창 출생인 정찬우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만주로 이주한다. 만주에서 정찬우는 사범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다가 조선의용군에 입대해 항일운동을 펼쳤다. 해방이 되자 학문에 대한 열망에 1947년 북한으로 귀국해 김일성대학 역사학과에 진학했다. 22세에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겸 강사가 된 그에게 미래는 따뜻한 듯했다. 그러나 이 젊은 수재에게 엄청난 불행이 닥친다. 1950년 7월 초 노동당 교육위원으로 발탁되어 남한 영남지방으로 파견된 것이다.
하지만 그해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전황은 급반전되었고 퇴로가 막힌 정찬우는 산으로 들어가 빨치산이 된다. 그는 포로가 되어 재판을 받고 10년의 세월을 복역한다. 그 세월 동안 그는 인민군 고급장교들이 반공주의자로 돌변해 옛 동료들을 핍박하고 집에선 따뜻한 가장(家長)일 보수우익들의 무자비한 폭력행위를 체험하고 목격한다. 전쟁의 아비규환 속에서 평범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무거운 괴물로 변하지는 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전향서를 쓰고 마침내 사면을 받아 고향인 고창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혹독한 옥살이의 후유증으로 불과 41살에 어린 핏덩이 아들을 남긴채 운명한다.
이 세상엔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옳은 전쟁도 없다. 총소리와 죽음, 폭격과 불길, 고문과 징역살이 등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났고 우리 민족이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를 이 책은 생생하게 전달한다. 더욱 묵직한 감동을 주는 것은 고통의 인생을 온 몸으로 견뎌내어 마침내 살아남은 정찬우의 삶 자체다. 그는 기억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기억하는 것조차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다만 전쟁이 없는 세상을 바랄 뿐이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를 증언하는 실화이고 전쟁의 의미와 인간의 조건을 다시 묻는 기록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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