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할머니 온 지 1년 만에..다문화가정 '화재 참사'
강원도 원주의 주택가에서 불이나 다문화 가정의 할머니와 9살, 7살 난 어린 손주 두 명이 숨졌습니다. 옆집에서 난 불이 옮겨붙은 건데, 소방차도 못 들어올 정도로 길이 좁아서, 불 끄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웃들은 인사성 밝은 아이들이었다며, 할머니도 필리핀에서 들어와 함께 산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움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시뻘건 불길과 함께 연기가 치솟습니다.
좁은 길목에서 호스를 끌어다 물을 뿌립니다.
오늘(31일) 새벽 세 시쯤, 강원도 원주시의 한 주택에 불이 붙으면서 옆집으로 번졌습니다.
[동네 주민 : 신고할 때는 불이 조그맣게 올라왔어요, 여기서. (신고하고) 들어와서 서는데 갑자기 '펑' 하더라고. 그러더니 불이 확 확산이 돼버린 거야.]
옆집에는 필리핀에서 온 30대 여성 푸모 씨와 두 아이, 그리고 푸 씨의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푸 씨는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두 아이와 어머니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둘째 아들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동네 주민 : (푸 씨가) 맨발로 나왔더라고. 애기 애기, 엄마 엄마 그러는 거예요. 동네 사람 두 분이 창문을 열고 아기를 꺼내려고 그러니까 그때는 벌써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집은 벽만 남고 모두 탔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집들이 화재가 난 현장입니다.
지금은 들어갈 수 없게 막혀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이 동네는 지대가 높고 길이 좁습니다.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어서, 근처에 있는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뿌려야 했습니다.
푸 씨는 10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을 하면서 한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필리핀에 있던 푸 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아이를 봐주며 함께 살았습니다.
[동네 주민 : (애들을) 알아요, 내가. 여기 오면 나한테 그렇게 인사를 해. 그 할머니는 말을(한국어를) 못 해도 나 보면 꼭 인사를 하고…]
남편이 일을 하기 위해 중국으로 나간 지 한 달 만에 벌어진 참변이었습니다.
경찰은 석유 난로가 넘어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내일 관계기관과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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