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전 건설 공방 격화..與 "북풍공작" 野 "국정조사"(종합)
민주 "이명박·박근혜 정부서 구상한 정책"
오는 4일 대정부질문..원전 이슈 쟁점화
[서울=뉴시스] 김남희 문광호 기자 = 월성원전 관련 수사 과정에서 공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을 둘러싸고 31일 정치권의 공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야권은 '이적행위' 발언에 이어 국정조사까지 추진할 의사를 밝히며 총공세를 펼쳤다. 여권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구상된 정책이라고 반박하며 '색깔론', '북풍 정치 공작'이라고 맞받아쳤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정부가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황을 종합하면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정권 차원의 보답으로 북한 원전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국기문란, 국정농단 수준의 이적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이를 규명하지 않고 덮는 것은 또 다른 국정농단이 아닐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 하루 속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긴급대책회의 직후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김도읍, 한기호, 김석기, 이철규 의원 및 전문가들과 함께 사건이 중장기화 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해서 치밀하고 많은 준비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도읍 의원은 "'북원추' 사건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원전게이트이고 제2의 대북송금사건"이라며 "성역 없는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만약 문 정권이 공수처 등을 이용해 대북 원전 상납사건을 뭉개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건가"라며 "문재인 민정수석이 특검으로 김대중 정부의 대북 비밀송금을 밝혔듯 특검을 실시해달라. 문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우리는 특검과 국정조사로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도 규탄에 동참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원전게이트 진실을 이실직고하라"고 발표했다.
오 전 시장도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겁하게 또 전 정부 타령인가. 북한 원전 의혹 지금이라도 문대통령은 직접 국민 앞에 소상히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외교안보특별위원회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야권의 공세는 주말 내내 이어졌다.
이에 민주당은 북한 원전 건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나온 구상이었다며 야권의 색깔론이라고 본격적으로 반격했다.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논평에서 "북한 원전 건설 구상은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천영우 외교통상부 2차관이 처음 언급했다"며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 방해를 위해 파쇄됐다는 문서 대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생산된 문서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청와대 출신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원전 1기 건설 비용이 5조원이라는데, 야당 동의없이 5조원을 어떻게 마련해 몰래 건네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윤준병 의원은 30일 "최근에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530개 문서 목록 중에 220여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원전국 문서임이 밝혀졌다"며 "감사원 및 국민의힘, 보수 언론은 산자부 공무원이 444개 자료를 삭제해 감사를 방해했다고 몰아세웠다. 이제 와서 별거 없으니 북한 원전 검토 자료라는 전혀 다른 건으로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도 "국민의힘의 주특기는 선거철만 되면 색깔론 소재를 찾아 눈에 불을 켜는 것"이라면서 "근묵자흑인지, 초록동색인지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똑같은 짓을 한다"며 각을 세웠다.
청와대 의전비서관 출신 조한기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2018년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발전소 USB'를 건넸다는 보도에 "두 정상이 물밑 거래를 했을 것이라고 은연 중 연상시키는 악의적 왜곡"이라며 "전 세계에 생중계된 장면을 이리 왜곡할 수 있다니"라고 개탄했다.
여야의 진실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오는 4일 대정부질문도 예정돼 있어 정치 쟁점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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