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 "가덕신공항 특별법은 입법독재..소송 하겠다"
"방역은 중대본책상 아닌 현장에서 자율성 존중해야"
"신천지 시설폐쇄..코로나 종식될 때까지 풀기 곤란"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17개 시도 체제로는 수도권 비대화, 지방 공동화 불가피"
위기는 기회다. 1년 전 신천지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패닉에 휩싸였던 대구는 K방역을 선도한 D(대구)방역으로 우뚝 섰다. 4년의 우여곡절 끝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가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돈과 사람, 기술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지방의 위기 속에 행정통합은 또 다른 기회다. 하지만 부산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갈등은 커지고, 방역지침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불협화음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20일 위암수술을 받고 몸무게가 8㎏이나 빠졌던 권영진(58) 대구시장은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재양성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구시청 시장 접견실에서 권 시장을 만났다.
-코로나19로 많은 일이 있었다.
"모두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악몽을 꾼 것 같다. 코로나19 초기였던 작년 2월 27일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던 시민이 숨졌을 때는 오장육부가 끊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이 위기를 통해 시민정신을 확인한 것은 가장 큰 성과다. 대구는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했고, 생활치료센터를 도입했다. 고위험 집단시설을 선정해 전수검사도 하고, '마스크 쓰GO 운동'도 펼쳤다."
-코로나19 1년을 평가한다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겪었는데도 방역 매뉴얼이 달라진 게 없었다. 대한민국 의료시설 60~70%가 수도권에 몰려있는데도 병상부족 현상이 반복됐다. 미리 준비하지 않는 것이 우리 특징이긴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한마음으로 이겨나가는 유전자도 동시에 갖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이 1년 가까이 폐쇄돼 있고, 1,000억원 소송도 현재진행형이다.
"신천지교회에 대한 집합금지는 전국적으로 같다. 밀집 예배 행태 때문이다. 신천지 측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 판결이 나오면 따르겠지만, 시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끝나기 전에 시설폐쇄나 집합금지 명령을 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영업 제한 시간을 둘러싸고 정부(오후9시)와 대구(11시)가 이견을 보였다.
"방역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뤄진다. 지자체가 지역 사정에 맞게 결정토록 맡겨줘야 한다. 대구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을 때 다른 도시에 획일적 방역을 강요하지 않았듯, 지역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정부 방역이 갈수록 경직되고 있다."
-백신이 코로나19 유행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언급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을 하루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하루라도 앞당겨야 한다. 백신을 미리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접종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백신 효능이나 항체형성 기간 등에 문제가 없다면 9월이면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2028년 개항 목표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가 경북 군위 소보·의성 비안 지역으로 결정됐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반대 이유는.
"영남권신공항은 부산의 것이 아니라 영남권 전체의 공항이다. 당초 대구 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의 합의로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을 바꾸기 위해서는 5개 단체장의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 없이는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도 불가하고, 가덕도 신공항도 있을 수 없다. 정부가 확장안을 폐기하지도 않았는데, 특별법으로 가덕도를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 독재다. 국책사업을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대구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
권 시장은 행정소송에 앞서 지난달 29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영남권 5개 시도 상생을 위한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대구의 올해 청사진은.
"5년 내 물과 로봇, 의료, 미래형자동차가 대구의 주력산업이 되도록 신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올 하반기 개통하는 서대구역 역세권은 국토 남부권 경제발전의 거점이 될 것이다. 노후한 산업단지는 새롭게 개조하고, 옛 경북도청 부지 일대는 판교2밸리 같은 고밀도 혁신공간 플랫폼으로 조성한다. 엑스코선과 대구권광역철도, 대구산업선 철도, 4차 순환도로, 산업단지 연결도로망 구축에도 올해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자체마다 통합 바람이 불고 있다.
"행정구역이 17개 시도로 나뉘어 있는 현실에서 3개 시도가 있는 수도권 비대화하고 있고, 그 나머지 지역들은 공동화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뿐만 아니라 대전과 세종, 광주와 전남, 부산·울산·경남도 행정통합에 나섰다. 대구경북 공론화추진위원회 일정에 따르면 8월쯤 주민투표와 11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행정통합 논의, 왜 지금인가.
"행정통합 ‘1관문’은 단체장이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모두가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생각한다면 논의조차 할 수 없다. 나도,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마음을 비웠다. 내년 6월 통합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이 첫 번째 관문은 통과했지만, 졸속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시도민의 공감대가 최우선이고, 이를 위해선 논의를 미룰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 직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제기했다.
"재난 초기 전국민 보편지원 방식은 옳았다. 그러나, 지금은 더 크게 손해 본 사람도 있어 보편지원은 오히려 불공평하다. 선별지원을 통해 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지원해야 한다. 또 집단면역이 형성된 후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직전 경기를 부양하고,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한 차례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떻게 준비하나.
"대구가 하드웨어적 성장기반을 준비했기 때문에 미래 성장을 이끌어 갈 인재양성에 집중할 것이다. 올해의 화두는 '인재도시 대구 만들기'다. 위원회도 만들고 평생학습 기본권 조례도 제정에도 나서겠다. 올해 출범한 평생학습진흥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추진하겠다."
대담=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정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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