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년만에 뉴욕에 뜬 해리포터 올빼미, 터줏대감 까마귀들 초긴장

정지섭 기자 2021. 1. 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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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이후 맨해튼 출현은 처음
소셜미디어로 사진 퍼지면서 시민-탐조가들 몰려들어
사람들은 열광, 까마귀-매는 경계

코로나 환자 폭증으로 신음하고 있는 뉴요커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려고 북극에서 날아온 것일까. 북극권에 사는 맹금류인 흰올빼미(Snowy Owl)이 뉴욕의 명소 센트럴파크에 모습을 드러내자 뉴욕 시민들이 열광했다. 흰올빼미는 특히 소설·영화 시리즈 해리포터에서 주인공 해리포터의 반려새로도 한국에도 친숙하다.

27일 뉴욕 센트럴파크 야구장 바닥에 내려앉은 눈올빼미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맨해튼 버즈 얼러트 트위터

스미스소니언매거진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센트럴파크 내 야구·소프트볼 구장 부근에서 눈처럼 하얀 깃털을 한 흰올빼미가 앉아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북극권에 사는 눈올빼미가 뉴욕 도심 한복판인 맨해튼에서 발견된 것은 1890년 한 무리가 뉴욕 동부 해안을 따라 델라웨어주 방향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발견 된 이후 131년만이다. 당시 흰올빼미떼가 출연했던 1890년에는 제대로된 촬영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방문 기록은 인쇄기록과 구전으로만 전해져왔다.

27일 뉴욕 센트럴파크 야구장에 내려앉은 눈올빼미가 경계자세를 취하고 있다. /맨해튼 버즈 얼러트 트위터

하지만 131년만에 찾아온 눈올빼미의 방문 소식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빠르게 전파되면서 벼락 스타가 됐다. 진객의 모습을 보러 센트럴 파크로 인파가 몰렸다. 눈올빼미는 연중 대부분을 캐나다 북부 북극 툰드라 지대에서 살고 겨울을 나러 미·캐나다 국경지대까지 남하한다. 뉴욕 근교 지역에 간혹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맨하탄 한복판 센트럴 파크까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센트럴파크의 터줏대감 까마귀들이 눈올빼미를 피하려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다. /맨해튼 버즈 얼러트 트위터

흰올빼미 출현 소식은 발견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빛의 속도로 전파됐다. 스미스소니언매거진은 “올빼미에게는 운이 좋게도, 잔디 관리를 위해 야구장에서는 경기가 열리지 않고 있었고, 시민들은 새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고 전했다. 공원 경비대는 몰려드는 탐조가들을 통제했고, 공중 촬영을 위해 띄운 드론을 내리게 했다. 흰올빼미의 출현에 뉴요커들은 환호했지만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새들은 긴장했다.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록펠러 센터 성탄 트리로 쓰일 전나무에서 발견돼 긴급 구조된 새끼 올빼미. /AFP 연합뉴스

흰올빼미의 주식으로 알려진 까마귀들은 단일대오로 집결하며 방어 태세를 취했고, 같은 맹금류인 붉은꼬리매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맨해튼 조류 주의보(Manhattan Bird Alerts)라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버렛은 “이 올빼미는 어린 암컷으로 보이며, 모래가 있는 야구장을 해안가로 착각해서 내려온 것 같다”고 뉴욕지역 소식지 ‘고다미스트’에 말했다. 흰올빼미를 보기 위해 이튿날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맨해튼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올빼미의 깜짝 방문으로 떠들썩했다. 작년 11월말 록펠러센터에 세울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용 전나무에서 새끼 올빼미가 발견된 것. 이 올빼미는 즉시 구조돼 야생동물 보호전문가들의 보살핌을 받고 자연으로 돌려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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