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자산 불평등이 투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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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에 사는 노아 윌리엄스는 최근 2주 동안 비디오 게임 소매점 게임스톱 콜옵션에 투자해 15만 달러(약 1억 6,700만 원)를 긁어모았다.
그는 자신을 애먹인 학자금 대출 4만 3,500달러를 몽땅 갚았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가을 주당 16달러였을 때부터 게임스톱 주식을 샀고 아직 1,100주를 갖고 있다.
공매도가 사기라지만 그렇다면 원래 주가의 약 10분의 1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콜옵션도 사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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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톱 사태·테슬라 광풍 뒤에는
돈풀기로 인한 경제격차 확대 있어
복지지출 확대는 임시 방편에 불과
더 늦기 전에 시장 중심 정책 필요
애틀랜타에 사는 노아 윌리엄스는 최근 2주 동안 비디오 게임 소매점 게임스톱 콜옵션에 투자해 15만 달러(약 1억 6,700만 원)를 긁어모았다. 그는 자신을 애먹인 학자금 대출 4만 3,500달러를 몽땅 갚았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가을 주당 16달러였을 때부터 게임스톱 주식을 샀고 아직 1,100주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1,000달러(현재 325달러)가 될 때까지 팔지 않을 생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한 개인투자자 얘기다. 많은 이들이 그를 공매도를 일삼는 헤지펀드와 맞서 싸우는 십자군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단순히 골리앗 대 다윗의 싸움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를 뒤집어놓았다. 록다운(폐쇄)이 경기 침체를 초래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QE)로 이에 맞섰다. 미국 정부도 수조 달러짜리 부양책을 꺼냈다. 경제와 국민, 특히 저소득층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넘쳐나는 돈이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로 인해 불평등이 커졌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9.5%나 폭등했다. 6년 9개월 만의 최대다.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증시도 최고치를 다시 썼다.
하지만 모두가 집과 주식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정부가 학자금 대출 탕감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이미 많은 미국 젊은이들은 윌리엄스처럼 빚에 시달린다. 특히 미국은 상위 1%가 전체 주식의 38%를 갖고 있다. 10%까지 넓히면 무려 84%다. 증시 상승의 열매는 고스란히 부유층에 간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대로 저금리는 집값 상승에 일조했다. 정부가 푼 돈은 증시로 흘러들어가 한때 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1년에 2,000만~3,000만 원 저축하기도 힘든데 서울 집값은 월급쟁이의 능력을 넘어섰다. 아파트 한 채 값인 10억 원은 정상적인 생활로 모을 수 없는 돈이다. 아무리 서학 개미, 동학 개미가 판을 쳐도 반지하 월셋방에 사는 이들에게 주식 투자는 다른 나라 얘기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 게임스톱 사태 뒤에는 이 같은 자산 불평등이 똬리를 틀고 있다. 가뜩이나 커지던 경제 격차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돈풀기에 폭발적으로 확대됐고 이것이 한 달에 1,00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투기판에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주식거래 시스템은 이를 더 쉽게 했다.
이제 미국이나 한국이나 개미가 기존 대출을 갚고 남들처럼 살려면 이런 ‘로또’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 욕심이 끼어든다. 공매도가 사기라지만 그렇다면 원래 주가의 약 10분의 1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콜옵션도 사기에 가깝다.
답답하다. 따지고 보면 비트코인이나 테슬라 광풍에도 비슷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행동에 나섰다. 코로나19가 키운 불평등을 핵심 문제로 보고 중산층 재건을 제1목표로 내세웠다. 한국 정부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익공유제는 자유주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복지 확대는 방편에 불과하다. 경기도가 2월 1일부터 전 도민에게 10만 원씩 나눠주는 것도 재정만 거덜낼 뿐이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잡아야 한다. 노동 개혁이든 신산업이든 교육혁명이든 어떤 아이디어라도 좋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싫다면 시장이 중심이 된 제대로 된 대안이라도 제시하라. 무력한 경제팀도 쇄신이 필요하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주요 7개국(G7)에 처음 진입한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 무엇이라도 한 번 시작해보자. 제발.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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