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문제기업 주시하는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으로 압박 [국민연금발 태풍 예고]

파이낸셜뉴스 2021. 1. 3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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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시즌 관전 포인트
투자목적 변경·사외이사 선임 등
적극적 주주제안으로 전방위 개입
5%이상 지분 270여개 기업 긴장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확대 기조에 기업들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 원칙) 도입 후 국민연금의 행보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 속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270여개 기업은 주총일 6일 전까지 국민연금의 '주식 등의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 공시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해당 공시에서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꾸고, 이후 회사와 반대 의견을 가진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할 경우 표대결에 대비하거나 안건이 철회되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에 이 같은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 투자목적 변경에 긴장

1월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13일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의결권 기준)을 보유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70여개에 달한다. 한솔케미칼 지분을 13.84% 보유한 것을 비롯해 삼성증권 13.42%, 현대백화점 13.41%, GS건설 13.10%, 영원무역 12.97%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지분도 11.00%나 갖고 있다.

상장사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의 투자목적 변경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면 배당정책 변경이나 이사 및 감사선임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 임원보수 한도 조정, 이사회 산하 위원회 설치 등 보편적 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한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활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경영참여'로 보유목적을 바꿔야 가능했던 것들이지만 일반투자 항목 신설로 허들이 낮아졌다. 지난 2019년 9월 금융위원회의 제도 개편에 따른 변화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CJ제일제당, 현대중공업, 삼양식품, 롯데하이마트 등 95개사에 대한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 ESG 문제기업 솎아낸다

국민연금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안건은 ESG로 볼 수 있다.

1월 29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찬진 참여연대 변호사 등 기금위 위원 7명은 포스코와 CJ대한통운, KB금융,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안건을 내놨다. 안건은 이들 기업이 중대재해 발생, 사모펀드 소비자 피해,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된 ESG 문제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부에 대해 주주제안을 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위원들은 KB금융,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에 대해선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의 금융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사모펀드 소비자 피해 금융지주로 분류했다. 삼성물산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권고로 설치된 준법감시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이 지적돼 지배구조 문제기업으로 구분됐다.

이 외에도 업계는 국민연금이 향후 금호석유와 대림산업, 한세실업, 현대백화점, KCC, 하나금융지주 등에 대해 추가 배당을 요구하고 롯데케미칼과 대림산업, 카카오, 현대차 등에 대해선 이사 선임과 관련한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려와 기대 교차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지난해 초까지 수탁위 위원을 지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수탁위 구성이 6대 3으로 (정부 측에) 기울어져 있어 압도적으로 가결돼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추천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경영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사는 기업의 생산, 판매전략과 장기발전, M&A 계획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결정하는 사람인데 정권 인사나 노동계 인사로 채워지면 회사가 산으로 갈 것"이라며 "해당 회사에서 충분히 오랜 기간 근무하고 사외이사로 추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곤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권호현 변호사는 "지난 2017~2019년 3년 동안 국내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 3180건 중 97.2%가 원안대로 가결되고 2.8%만 수정 의결돼 이사회가 단지 주주나 회장의 이해관계만을 대표하는 역할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모든 기업은 세금으로 마련된 사회간접자본을 이용하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에 공익이사를 선임토록 해 과대 대표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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