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디지털 빅뱅 사업조정에 직면한 직원들

김현아 2021. 1. 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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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력이 오래된 회사일수록 직원들 저항 커
70% 때 결정하라는 아마존 회장
권한과 책임 나누는 조직구조 절실
디지털 속도전쟁 시작..임원들이 솔선수범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회·경제 각 분야의 디지털 전환 시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방향’은 정해졌으니 ‘속도전’이 시작된 걸까요? 기업들의 사업구조 조정과 협력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했고, 네이버와 빅히트가 손잡았으며, KT가 콘텐츠 전문회사를 만든다고 발표했죠.

LG전자가 26년 만에 휴대폰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G마켓과 옥션, G9 등을 보유한 국내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공식화한 뉴스도 있었습니다.

▲최근 네이버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손잡았다.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가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넘겨받고, 네이버가 여기에 4118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되는 그림이다.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 직원들은 비엔엑스로 이직한다.

그뿐인가요? SK텔레콤은 첨단 기술과 융합한 미래 스포츠를 키우겠다며 SK와이번스를 신세계 그룹에 넘기기로 했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신선 식품 배송이나 디지털 호텔 사업 등에서 윈윈할수 있는 게 적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각각의 소식들은 해당 회사 임직원들에게 달리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페이지·카카오M 합병 소식에 740명 양사 직원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LG전자 스마트폰 철수 소식에는 3700명 MC 사업본부 직원들이 불안해합니다.

업력이 오래된 회사일수록 직원들 저항 커

업력이 오래된 회사일수록 직원들의 저항이 큰 것 같습니다.

LG전자가 올해 결정한다면 26년 만에 휴대폰 제조에서 철수하는 셈입니다. LG그룹은 1995년 LG정보통신 시절 ‘화통’이라는 브랜드로 휴대폰 제조를 시작했고, 스마트폰은 2010년 옵티머스 Q를 처음 내놨습니다. 그런데 LG전자 블라인드에는 “문제는 방향을 결정한 사람들이야. 구조조정은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라”는 글이 오르는 등 울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탈통신을 내세운 통신 회사의 사업구조 조정도 한창입니다.

KT는 KTH와 KT엠하우스를 합병하기로 했고, 무전기 사업을 하던 KT파워텔을 아이다스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올해를 자회사 합리화의 해로 선언했습니다. 고용 보장은 이뤄지지만, 임직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죠. 구현모 대표가 추진하는 방향은 본체는 슬림화하고 계열사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르면 1분기 중간지주사로 전환이 예상되는 SK텔레콤도 동요합니다. 지난해 T맵모빌리티 분사 때 기존 사업단 인원 250여 명 중 3분의1정도만 이동했고 나머지는 텔레콤에 남는 걸 원했다고 하죠. 핵심 개발자 중 일부는 네이버로 이직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자회사들에도 공지를 해서 T맵모빌리티 이직을 소개했고 3개월 이후 되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했지만 대부분 냉담했다고 전해집니다. 박정호 대표가 원하는 유연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SK ICT 패밀리 회사를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은 것이죠.

70% 때 결정하라는 아마존 회장…임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휴대폰 회사나 통신 회사 직원들의 고민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업력이 짧은 인터넷 회사들과 달리 오랫동안 한 회사에 근무하다 보니 직종보다는 직장에 익숙해졌고, 나이도 상대적으로 많아 직장을 옮겨 적응하는데 두려움이 따르죠. 중년인 저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완벽하고 꼼꼼한 의사 결정보다는 열성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러려면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조직 구조가 필요해보입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이 “필요한 정보의 약 70%를 얻게 되면 결정해야 한다”고 한 것도, 디지털 속도전에서는 잘못 선택해서 재시도하는 것보다 결정이 늦어졌을 때 치러야할 대가가 더 크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만, 디지털 전환에 따라 사업구조를 조정해야 했을 때, 솔선수범하는 사람은 임원들이었으면 합니다.

사업부 양도나 인수합병(M&A)으로 적을 옮길 때, 후배 직원들은 내보내고 임원들은 이리저리 이유를 들어 본사 자리를 지키려 한다면 새롭게 도전하려는 직원들의 사기도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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