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해지는 부처 간 영역다툼.. 정책결정 앞서 '대놓고 신경전'

김용훈 2021. 1. 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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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한은은 전금법 기싸움
권익위는 국토부 제쳐 두고
중개수수료 개선안 마련 '갈등'
해양수산부-공정거래위원회
해운사 담합 두고 다른 목소리
문재인정부 임기 말에 가까워지면서 정부 부처 간 영역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둘러싼 정부와 여당의 갈등에 더해 내각 내부갈등까지 외부로 표출되면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1월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1월 29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2021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공운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금융감독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피했다. 금융위원회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정에 앞서 기재부와 금융위의 샅바 싸움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금융위-한은 격돌

정부는 매해 500여개 기관에 대해 관련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법률 요건을 심사한다. 올해엔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이 이슈로 떠올랐다. 은행 관리감독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09년 1월 해제했던 금감원을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 했던 것은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금감원 직원들이 연루된 탓이다.

게다가 정부 위탁사업 수입액이 총수입의 50%를 초과해 2018년 준정부기관 지정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금감원 경영평가를 맡고 있는 금융위는 "금감원에 대한 예산 등은 금융위 통제를 받고 있기에 공공기관 지정에 실익이 없고 지금도 공공기관 지침에 따라 엄격하게 하고 있다"는 반대 의사를 기재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모든 공공기관은 기재부 공공정책국으로부터 총인건비, 경영평가, 경영지침, 경영공시, 고객 만족도 조사 등의 제약을 받는다. 금감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기재부에 빼앗길까 우려한 금융위가 기재부와 밥그릇 싸움을 했다고 비친 것도 그래서다. 공운위 위원들이 금감원을 민간에 남겨두면서 금융위 승리로 끝났다는 평가다.

금융위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있는 한국은행 간 줄다리기도 관전 포인트다.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빅테크 지급거래 청산의무를 금융결제원에 맡긴 후 직접 감독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에 한은은 지급결제제도 운영과 관리는 중앙은행의 고유업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금융위가 빅테크 지급거래 청산업무를 금융결제원에 맡긴 후 직접 감독하고자 하면서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가 아니냐고 판단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12월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한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격돌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정책 실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뒤로하고 자체 설문조사까지 해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선안을 마련한 것도 두 기관의 갈등 양상으로 비쳐졌다. 권익위는 현재 최대 수수료인 0.9%를 0.7%로 낮추고, 매매의 경우 9억~12억원 구간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수수료 개편 권고안을 2월 중 국토부에 전달한다.

■권익위가 중개수수료 개편

권익위 안에 따르면 매매값이 12억원을 넘어서면 매매가액의 0.7%를 적용하고 초과분에만 최대 0.9%를 적용한다. 전세도 6억원에서 9억원 구간을 신설하고, 수수료도 최대 0.5%로 낮춘다. 9억원이 넘으면 매매처럼 초과분에만 최대 0.8% 수수료를 적용한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복비도 급등한 탓이다.

권익위 안에 따르면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고팔 때 수수료는 900만원에서 550만원으로 40% 가까이 싸진다. 6억5000만원짜리 전세 수수료는 520만원에서 235만원으로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집계약을 깰 때는 깬 쪽에서 양쪽의 수수료를 전액 부담하는 내용도 담았다. 문제는 이를 국토부가 아닌 권익위가 만들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국토부에 대해 "주무부처임에도 구체적 대응방안엔 되레 소극적인 모양새"라며 "오죽 답답하면 2개월간 개선사항을 기다린 권익위가 직접 개선안을 들고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초 권익위로부터 중개수수료 개선을 권고받았지만 아무런 개선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운사 담합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해수부는 공정위 조사가 해운시장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양판 공정거래위원회'를 만들어 해운사의 불공정 행위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해수부는 이미 '해운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관련제도 연구' 용역 공고를 냈다.

목재업계가 2018년 7월 동남아시아 항로 해운사들이 운임을 담합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신고한 이후 공정위는 그해 12월부터 HMM(옛 현대상선),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국내 선사들을 대상으로 가격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업체들의 가격 및 입찰 담합은 불법이다.

공정위가 26개월째 담합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해수부는 전문성이 결여된 공정위가 일률적으로 담합이라고 판단하는 건 무리라고 맞서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법과 달리 해운법 29조는 '해운사들은 운임·선박 배치, 화물 적재 등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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