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정세균 "공매도, 개인손해 못본척해선 안돼..제도 개선후 재개할 것"

이지용,윤지원 2021. 1. 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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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맨서 스트롱맨 변신 정세균 총리
코로나 손실 본 자영업자 보상
속도보단 제대로 만드는게 중요
4차 재난지원금 대통령과 논의
이익공유, 자발적 참여가 중요
재계가 먼저 제안했어야 생각
상생안 제시땐 잘 뒷받침할 것
공급 대책서 그린벨트 빠진 건
환경문제로 본말전도되기 때문

◆ 정세균 총리 인터뷰 ◆

대담 = 김대영 경제부장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경제·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최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공매도에 대해 "OECD 국가가 모두 시행 중인 제도를 한국에서만 없애기는 어려운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를 우선적으로 개선하고 그 후에 시행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우 기자]
'스마일맨에서 스트롱맨으로.'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의 행보를 바라보는 세간의 평가다.

매주 국무회의 자리에서도 정 총리는 자기 주장보다 늘 경청하는 쪽에 가깝다. 행여 부처를 질책할 일이 있어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잘 챙겨달라"고 장관들에게 당부하는 편이다. 그는 1월 20일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난색을 표한 기획재정부를 향해 "기재부는 저항 세력"이라고 질타했다.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선 "제도 개선 없이 재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발언해 정치 이슈화에 불을 댕겼다. 정치인 정세균의 'DNA'가 깨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30일 오후 정치·경제·사회 모든 현안에 대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정 총리를 만났다. 이날 정 총리는 "대선 출마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손실보상제에 대해선 "헌법과 정의의 문제"라고 말했고, "부동산 공급 대책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획기적 수준"이라고 예고했다. 다음은 정 총리와의 일문일답.

―올해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는지.

▷올해만 떼어놓고 보면 다른 나라 기저효과 때문에 우리 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뒤처질 상황은 맞는다. 작년에 선방한 기저효과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작년에 역성장 폭이 워낙 커 올해 'V자 반등'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걸 나쁘게 생각할 게 아니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아닌가. 해외가 잘돼야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매도를 재개한 후 제도를 보완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공매도 제도는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병이 된다. 그래서 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한 다음에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모두 갖고 있는 제도를 대한민국에서만 없앤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모처럼 증권시장 저변 확대가 이뤄진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의식을 느끼는 상황을 못 본 척하는 것도 결코 한국 증시 발전을 위해 지혜롭지 않다고 본다. '선(先)개선 후(後)시행 재개'라는 입장이다.

―구체적 보완책을 염두에 둔 게 있나.

▷우선 형평성 문제다. 기관(투자가)만 이익을 향유할 게 아니라 개인도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겠다. 또 그 제도를 불법적·탈법적으로 활용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확실한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유명무실한 규제를 두는 바람에 무법천지의 영역마저 존재했던 것이다. 이 지점들을 개선해서 건강한 투자자들이 피해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단의 부동산 대책 핵심은.

▷투기는 억제하고 1가구 1주택은 보호한다는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는 그대로 간다. 다만 이런 부분들만 갖고 문제 해결이 안되니 획기적으로 공급을 늘리자는 건의를 대통령께 드려 받아들여진 것이다. 공공 주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3기 신도시보다 한발 더 나아간 고밀도 공급 대책을 의미하는 것이다.

―50층 이상 더 올라갈 수도 있나.

▷그건 아니다. 35층 한도에서 50층까지 올렸기 때문에 더 층수를 높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미 50층까지 층고를 높이고 역세권을 개발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게 시장에서 실제로 사업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 내 집 마련의 잠재적 수요자들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도 기회가 있겠구나' 하는 믿음만 만들어지면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비강남 목동, 노원 등에 안전진단을 풀어주면 공급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민간에만 맡겨놨더니 집값 상승을 이끄는 결과를 가져온 것 아닌가. 정부에선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재건축을 올바르게 하라는 의도에서 공공재건축을 도입한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이번에도 서울 지역 그린벨트 해제는 어렵다. 그린벨트를 꺼내는 순간 주택 공급 문제가 아니라 환경 문제로 본말이 전도된다. 지혜롭지 않다. 내가 보기엔 그린벨트는 한 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런데 주택 층고를 높이는 고밀 개발은 복원이 가능하다. 30~40년 후 우리 후손들이 재건축할 때 과하다고 생각하면 50층을 30층으로 내려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린벨트 개발보다 도심 고밀 개발을 하는 게 옳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자영업자는 하루하루 애가 탄다. 언제 손실 보상이 이뤄지나.

▷시행령에 자세한 보상 방법과 지침 등이 담길 텐데 논의하고 법령을 만들고 법제처에서 심의하는 등 절차가 많다. 시행령이 금방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졸속으로 만들면 금방 개정해야 하고 그러면 부끄럽다. 속도보다 정확히, 꼼꼼히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

―4차 재난지원금을 열어놓은 건가.

▷일단 정부 내에서 좀 더 의논이 필요하다. 수시로 당정협의를 하니까 당정 간 논의도 필요하다. 대통령 주례 회동에서도 의논해봐야겠고 아직 가타부타 확실히 정책 결정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기재부가 반대하지 않겠나.

▷현재 기재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반대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아직 정식으로 당에서 안을 만든 것도 아니니까 여러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름 자체적으로는 대비하고 있지 않겠나.

―이익공유제도 논란이 많다.

▷상생은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제도가 성공하려면 공감대와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여당의 방향이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참여자의 자발적 동의와 공감이 필요하다. 이 문제로 불편해하는 곳 없이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

―기업들 팔 비틀기라는 지적도 많다.

▷사실 이익공유제만 하더라도 경제단체나 재계에서 먼저 나왔어야 한다. 지금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상생3법 같은 상생안이 국회가 아니라 경제계에서 나왔어야 한다. 빌 게이츠는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인을 위해서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경제인이 나오면 국민에게 사랑받고 반기업정서가 발붙일 여지가 있겠나.

―경제단체 등 재계에서 자체적인 상생 방안을 들고 오면 여당에서 추진하는 안과 같이 검토해볼 여지가 있을까.

▷그러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 안이 나온다면 잘 뒷받침하고 같이 검토하겠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내가 개헌론자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대통령 권한, 국회·지방에 분산해야"


내각제는 국민이 수용 어려워
분권형 대통령제로 접근해야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단절된다. 개헌이 필요하지 않나.

▷총리가 왜 정치 얘기를 하냐고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내가 개헌론자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겠나. 그 입장은 변함없다. 삼권분립과 중앙·지방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 권한 집중에 대한 생각은.

▷대통령 권한도 내각·국회·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대통령이 대법원장 등 사법부, 행정부 등 모든 기관의 수장을 다 임명하는 형식이지 않나. 심지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왜 대통령과 여야가 결정하나. 이는 언론인과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내각제 도입 목소리도 나온다.

▷내각제는 좋은 제도지만 국민이 수용하기 어렵다.

실제로 추진한들 개헌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각제가 국제적으로 우세한 제도지만, 우리 국민은 내각제를 선호하지 않는다. 안될 걸 뻔히 알면서 추진하다가는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하게 된다.

그 대신 우리나라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나 역시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가는 과정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거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선 내 시각은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것이다. 건물 공실률도 늘어나는데 가격은 올라가는 지금의 현상을 비정상이라고 본다. 폭락하면 어떡하나 우려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나 같은 입장을 천진난만하게 보더라. 물론 전문적인 평가와 대책은 내가 세울 일은 아니고 관계부처에서 고심해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에 시행되면 한 번의 관리 실수로 기업인들이 범죄자로 전락한다.

▷중대재해법이 전하는 메시지를 잘 봐야 한다. 형식은 처벌이지만 의도는 처벌 목적이 아니다. 작년에도 여전히 산업재해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근본적으로 기업의 투자가 부족해서 그런 거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지만 경영자들이 안전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프라스트럭처와 교육에 투자하라는 거다. 국회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면 말이 안된다.

▶▶ 정세균 총리는

△1950년 전북 진안 출생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1973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15·16·17·18·19·20대 국회의원(6선)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당의장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 △2008년 민주당 대표 △2016년 국회의장 △2020년 제46대 국무총리

[정리 = 이지용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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