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타임아웃' 훈육과 체벌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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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말을 듣지 않으며 다른 아이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을 빈 교실에 8분 동안 혼자 있도록 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교사는 이를 훈육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아동에게 공포감을 주고 추가 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며 이를 아동학대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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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말을 듣지 않으며 다른 아이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을 빈 교실에 8분 동안 혼자 있도록 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교사는 이를 훈육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아동에게 공포감을 주고 추가 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며 이를 아동학대로 판단했다.
□문제행동을 한 아이를 격리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타임아웃’ 훈육법은 손ㆍ도구를 이용한 직접체벌이 금지된 뒤 보육기관, 초중등학교에서 널리 쓰인다. 훈육인지 체벌인지 경계가 애매해 법원마다 판단도 다르다. 2014년 수원지법은 점심식사를 거부하는 3세 아동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교실 안으로 들어오려 할 때마다 이를 막아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은 보육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019년 대법원은 위험한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4세 아동을 높이 78㎝ 장난감 수납장 위에 40분간 올려둔 어린이집 교사의 행동을 아동학대로 판단했다. 아동의 연령, 적절한 보육 방법 시도 여부 등이 참작되지만 타임아웃은 점점 아동학대 행위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법원이 타임아웃을 아동학대로 인정하는 것은 인식 변화의 일면이다. 예전이라면 가정과 학교에서의 훈육으로 간주됐던 여러 행위들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점차 아동학대로 인식되고 있다.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건, 관련 법 제도 강화 등이 영향을 줬다. 뉴스와 SNS의 ‘아동학대’ 키워드를 검색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2014년) 이전 아동학대는 유치원 교사에 의해 이뤄지고 신체학대가 주 현상이라는 인식이 많았으나 법 시행 이후 아동학대는 가정폭력과도 관련 있으며 예방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변화했다(이경은ㆍ김도희ㆍ2019). 2012년 63.1%였던 비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신고비율은 2019년 77%까지 높아졌다.
□경찰의 늑장 수사로 끝내 학대 부모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숨진 정인양의 경우도 차 안에 방치된 정인양을 지켜본 주민이 신고해 목숨을 건질 기회가 있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감수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왕구 논설위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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