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발 '제3지대 단일화'..국민의힘 '반색'-안철수 '난색'

금태섭 제안 성사시 '꽃놀이패' 국민의힘 "아름다운 단일화" 환영
유불리 따지지 않겠다던 안철수 "국민의힘 논의 기다리겠다" 유보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공연장 '프리즘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1대1 토론을 통한 단일화 경선을 제안했다. 2021.1.31/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발 주자로 나선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제3지대 경선'을 제안하면서 야권 선거판이 새국면을 맞았다. 단일화 방법을 둘러싸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대표가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금 전 의원의 등장으로 무게추는 일단 김 위원장쪽에 실리는 모양새다.

금 전 의원은 31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에게 일대일 토론을 통한 자체 경선을 거치자고 제안했다. 두 후보가 1차 경선을 하고 여기서 승리한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와 최종 단일화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후발 주자면서 인지도도 낮은 금 전 의원이 안 대표를 끌어들여 몸집을 키우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금 전 의원과 안 대표는 중도 보수세력을 공통의 지지층으로 가진다. 지지층 앞에서 공개 토론회를 열고 선택받게 된다면 금 전 의원은 단숨에 대표적인 중도보수 정치인 입지를 꿰찰 수 있다. 만약 지더라도 대통령선거 경험이 있는 안 대표에게 경쟁을 제안해 당당하게 겨뤘다는 사실 자체로 금 전 의원의 존재감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국민의힘은 금 전 의원의 제안에 반색했다. 안 대표가 개방형 경선플랫폼을 주장며 '단일화 실무협상'을 촉구해오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반응하지 않은 채 자체 경선일정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거부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3월 단일화가 무위로 돌아간다면 그 책임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그런데 금 전 의원이 안 대표에게 새 단일화 방식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으니 공은 안 대표에게 돌아간 상황이 됐다.

만약 안 대표가 금 전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국민의힘은 3월 제3지대의 승자와 양자 단일화 협상에 나서게 된다. 금 전 의원과 안 대표가 1차 경선 무대에서 경쟁할 때 국민의힘 후보들은 당내 경선에 충실하며 자체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벌 수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금 전 의원 제안에 "이렇게 뽑힌 제3지대 단일후보와 제1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범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것"이며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야권 단일화가 영글어가고 있다"고 환영했다.

안 대표는 선뜻 찬성도, 반대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그는 단일화 방식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을 테니 단일화를 열망하는 야권 지지자들을 위해 빠른 시일 내 단일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금 전 의원은 바로 이 점을 의식한 듯 "샅바싸움은 그만하고 1대 1 경선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3석 정당'의 안 대표가 제1야당 국민의힘에 당당히 합동 경선을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당 출신의 원외 인사 금 전 의원이 1대 1 경선을 하자고 하니, 국민의힘과 막 물밑 협상을 가동하려는 안 대표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기자들이 금 전 의원 제안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미 국민의힘에 제가 (단일화) 제안을 드렸고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알고있다"며 사실상 거절의 뜻을 밝히며 "야권 여러가지 현황들을 잘 살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안 대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국민의힘은 경선을 시작했기 때문에 거기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올 수가 없다"며, 안 대표와의 직접적인 단일화 협상은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는 오는 3월에야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yoo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