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수렁'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사태 남의 일 아냐"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2021. 1. 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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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노조·판매부진에 동반 적자
미래차 생산기지로 매력 떨어져
양사 모두 전기차 생산배정 '0'
본사, 최악땐 한국사업 철수 가능성
[서울경제]

쌍용자동차의 경영 정상화 방안이 결국 법원의 손을 빌리는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나머지 외국계 완성차 업체인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미래도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기업이 전동화 전환과 긴축 경영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데다 국내 공장은 높은 인건비, 강성 노동조합, 판매 부진 등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인도 마힌드라가 거액의 손실을 무릅쓰고 쌍용차에서 손을 뗐듯이 미국 GM과 르노도 최악의 경우 한국 사업을 접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7년 연속 적자 늪에 빠지며 흑자 전환에 실패했고 르노삼성은 8년 만의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GM은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친 판매량이 36만 8,453대에 그치며 지난 2019년보다 11.7% 줄었다. 2018년(46만 2,871대)과 비교하면 10만 대가량 쪼그라든 것이다. 르노삼성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판매량이 11만 6,166대로 전년 대비 34.5% 줄었다. 2018년 22만 7,577대와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수치다.

판매량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사업의 근본적인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들 기업 본사의 경영 방향과 맞물려 있다. GM은 1월 28일(현지 시간) 오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신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30조 원을 쏟아붓는다. 올해 CES 2021에서는 전기차 중심의 신사업을 대거 발표하며 친환경차 기업으로의 전환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한국GM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전기차 물량을 배정 받아야 하지만 생산 기지로서의 한국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와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며 본사의 ‘미션’이었던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수출 대상 고객(GM 본사)은 당연히 공급의 안정성을 기대하지만 한국은 잦은 파업으로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GM이 산업은행과 2018년 맺은 ‘10년 간 한국 사업을 유지한다’는 약속을 파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래차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돈을 까먹기만 하는 사업장을 유지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과 산은의 약속은 사실상 구속력이 없어 기존 투자금에 대한 손실만 감수하면 떠날 수 있다고 본다”며 “매몰 비용보다 앞으로 들어갈 비용이 크다고 판단하면 GM이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도 마찬가지다. 르노그룹은 1월 14일 현금과 수익성 확보를 강조하는 내용의 긴축 전략 ‘르놀루션’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자동차 회사의 사활이 걸린 연구개발(R&D) 비용까지 감축하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르노그룹은 르놀루션을 발표하며 "현재보다 수익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르노삼성을 압박했다. 스페인과 모로코·루마니아 사업장에 대해 “경쟁력을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8일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스페인의 인건비는 부산공장의 62% 수준으로 스페인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면 부산공장보다 1,100달러 정도 더 싸다”고 꼬집었다.부떼 CFO는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한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노조와 정부 등) 모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앞선 21일 르노삼성은 전체 임원 중 40%를 줄이고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는 ‘서바이벌 플랜’을 발표했다. 그러나 르노삼성 노조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영진의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전기차인 볼트와 조에를 수입해 판매하는 현실”이라며 “한국은 미래차 생산 기지가 아니라는 뜻인데 본사에서 바라보는 이런 시각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 협력 업체도 쌍용차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한 곳에 의지하는 협력 업체는 언제든 쌍용차 협력 업체와 같은 위기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며 “미래차 부품 경쟁력을 키워 판매 대상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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