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EU, 아스트라 백신 '쟁탈전'.."추악한 국수주의" 비판 거세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2021. 1. 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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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승인제'로 백신 묶은 EU
英과 물량 확보 놓고 신경전
WHO "의약품 유통 막지 말라"
남아공서 '변이 재감염' 발생
WP "집단면역 기준 85%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모습.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둘러싼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양측에 대해 ‘추악한 국수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U라는 한 배에 탔던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이후 양측의 ‘포스트 브렉시트’ 신경전도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미국 CNN방송은 30일(현지 시간) “지구촌 남반구에서 수많은 나라가 백신을 단 한 차례도 접종하지 못하는 와중에 유럽에서 추악한 백신 국수주의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취약층에게 백신이 먼저 도달해야 한다는 데 전세계가 공감했으나 백신이 개발되자 이런 결속은 사라졌다”면서 “영국과 유럽은 누가 백신을 더 가질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EU가 코로나19 백신 수출승인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하자 지난 29일 우려를 표명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백신 국수주의이자 실제적 위험”이라고 지적했고 마리엔젤라 시망 WHO 사무차장도 “백신이나 기타 의약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성분의 자유로운 흐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현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 집행위원이 2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 수출 승인 제도 도입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에 EU는 백신 수출승인제도를 철회한다고 밝혔으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백신 사태와 관련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유럽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EU와 영국 간 신경전을 부채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5세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무효한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면서 “60~65세 연령층에는 권유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가 확보한 초기 결과”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영국이 보다 많은 자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로 연장한 것을 두고 “한 차례 접종으로는 면역이 덜 갖춰져 바이러스가 적응하게 된다는 점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라며 1차 접종만으로 백신을 접종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고령층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EU 집행위는 29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건부 공식 판매 승인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18세 이상의 코로나19 예방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임상 시험 참여자 대부분은 18~55세로 이 백신이 55세가 넘는 연령대에 얼마나 잘 작용할지에 대한 충분한 결과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유럽과 영국 간 백신 갈등은 EU로 들어오는 코로나19 백신 물량 부족으로 프랑스·독일 등 각국의 백신 접종이 길게는 한 달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며 촉발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2일 생산 차질로 초기 유럽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고 앞서 화이자도 백신 생산량 증대를 위해 제조 과정을 변경하면서 유럽에 대한 백신 공급을 일시적으로 늦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에 EU는 코로나19 백신 수출승인제도 시행 계획을 밝혔고 이는 사실상 벨기에·아일랜드 등의 공장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려는 영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은 EU가 백신 부족을 호소하는 회원국들의 불만을 피하기 위해 화살을 자국에 돌린다며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다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남아공에서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29일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는 첫 감염으로 유도된 면역 반응이 두 번째 감염을 방지할 만큼 좋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변이 바이러스들의 등장으로 코로나19 사태 종결이 당초 기대보다 지연될 수 있다면서 당초 약 70%의 인구가 백신을 맞거나 자연면역을 획득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했으나 변이 출현으로 집단면역에 필요한 기준이 80~85%로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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