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고양이를 데려온 인물이 장보고?..묘마마부터 퍼스트캣까지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배문규 기자 2021. 1. 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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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변상벽의 ‘묘작도’는 한 쌍의 고양이와 지저귀는 참새 떼를 생동감 넘치게 그려냈다. ‘묘’와 ‘작’의 발음이 각각 장수·벼슬과 대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요즘 인터넷에는 수많은 고양이 사진과 영상이 오르내리고, 애묘인도 많아졌잖아요. 그런데 정작 한국 고양이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나 싶더라고요. 노년의 부모 세대만 해도 고양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큰 것 같고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상들이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한 역사가 있다는데 놀랐습니다.”

‘나만 고양이 없어….’ 도둑고양이라는 편견을 넘어 한국 고양이(코리안 숏헤어)는 반려묘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고양이는 한반도에 언제부터 살았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놀았으며, 어쩌다 도시를 떠돌게 되었을까.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는 묘연했던 한국 고양이의 내력을 낱낱이 들려주는 ‘고양이 역사책’이다. 2019년 여름 바다루 작가가 네이버 역사카페와 트위터에 연재한 토막글이 주목받으면서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 바다루 작가는 지난 22일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어떤 동물의 역사처럼 미시적인 주제를 다룬 책은 많지 않았다”며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발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늘날 고양이들의 고향은 알려진대로 이집트다. 동아시아에서도 농경문화 전파와 함께 쥐를 잡는 고양잇과 동물들이 인간과 함께 살게 됐지만, 오늘날 ‘삵’이라고 불리는 것들이었다. 책에선 한반도에 고양이를 전한 ‘의외의’ 인물이 지목된다.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다. 9세기 장보고 선단의 전방위적 해상무역을 통해 중국에 전래된 고양이가 신라와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889년 우다 천황의 일기에 “구름 위의 흑룡과 같다”고 묘사되는 고양이가 나오는데, 고양이를 데려온 장소로 언급되는 다자이후가 장보고 선단의 일본 교역 창구였다. 이러한 기록으로 한반도 고양이 유입을 특정해본 것이다.

고양이에 대한 한국 최초의 기록은 고려시대 김부식이 남긴 ‘아계부’라는 시다. 한세기 뒤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 ‘검은 아기 고양이를 얻다’는 시를 실어 한반도 최초의 ‘고양이 집사’라 할 만하다. 자신의 고양이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일품이다. “동글동글 눈은 푸르고 / 모습은 범 새끼 같으며 / … / 발톱 세워 들쑤시다가 / 꼬리 치며 점차 따르네”.

김홍도의 ‘황묘농접도’는 늦봄 평화로운 풀밭에서 금빛 고양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비를 바라본다. 이장희는 시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라고 예찬하기도 했다.

꼼꼼한 조사로 찾아낸 사료들 속에서 당대 유명인들도 그저 한 명의 ‘집사’가 된다. 효종의 딸 숙명공주는 ‘고양이만 돌보지 말고 시가에도 신경 쓰라’는 친정아버지의 편지를 받았고, 숙종이 수라상을 겸상하고, 용상에서 함께 잠든 금손(金孫)은 조선의 ‘퍼스트캣’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기록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조 때는 고양이를 많이 키우면서 비단을 입히고 진미를 먹이는 ‘묘마마’가 있었으며, ‘캣닙’은 한의학에서 개박하로 불리며 일찌감치 효능이 알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근대로 접어들며 고양이 숫자가 불어나 가축 피해가 늘자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커졌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쥐를 잡던 고양이가 오히려 쥐약에 죽는 운명을 맞게 됐다. 인간이 맘대로 가까이하고 미워했던 것은 아닌지, 한국 고양이의 신산한 삶을 통해 새삼 ‘공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바다루 작가는 “한국 고양이의 역사는 인간과 고양이가 서로 맞춰가는 상호작용이었다”며 “동물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데 책이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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