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동원보다 아날로그 연출로 현장감 살린 블랙핑크 '더 쇼'
곧 솔로 데뷔할 로제의 앨범 수록곡 첫 공개
"코로나 사태로 인해 팬 직접 못 만나 아쉬워"
공연 제목처럼, ‘쇼’다운 ‘쇼’였다. 증강현실(AR)이나 컴퓨터그래픽(CG) 등을 활용한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실제 대면 공연에서처럼 가수의 무대가 빛나는 공연이었다. 최근 케이(K)팝 온라인 공연의 지배적 흐름은 디지털 플랫폼의 장점을 살린 ‘첨단기술의 향연’이었다. 하지만 31일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더 쇼>(THE SHOW)는 무대장치와 라이브 밴드 등 아날로그 방식을 최대한 풀어놓은 공연이었다.
이날 멤버들은 10여개에 달하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무대에서 히트곡을 선보였다. 밴드팀(더 밴드 식스)의 현장감 넘치는 연주도 돋보였다. 코로나19 사태에 앞서 국외 투어를 다닐 때는 장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디지털 영상 등의 힘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지만, 온라인 공연에서는 오히려 세트와 무대장치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결과다. 일종의 역발상을 한 것이다.
블랙핑크는 ‘킬 디스 러브’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멤버들은 붉은색(제니), 은색(로제), 흰색(지수), 연두색(리사)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파워풀한 안무와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 첫 정규 1집 <디 앨범> 수록곡 ‘크레이지 오버 유’와 ‘하우 유 라이크 댓’을 연달아 선보이며 분위기를 달궜다.
비록 비대면 공연이긴 하나, 이들은 1년여 만에 콘서트 무대에 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지수는 “1년여 만에 무대에 서서 블링크(블랙핑크 팬클럽) 분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리고 설렌다”고 했다. 로제는 “기대된다. 소파나 침대나 어디서든 편하게 댄스를 즐기며 공연을 봐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제니는 “공연을 즐겁게 봐 달라”며 손 키스를 보내기도 했다. 인사말을 마친 뒤 ‘돈 노우 왓 투 두’ ‘불장난’ ‘러브 식 걸스’로 전 세계 팬들과 호흡을 이어갔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도 돋보였다. 첫 주자는 지수였다. 인어공주를 연상케 하는 옷을 입고 등장한 그는 스웨덴 출신의 팝 가수 토브 로의 ‘해빗’을 선보이며 감성적인 무대를 장식했다. 특히 곡 일부를 한국어로 개사해 불러 눈길을 끌었다. 리사는 도자 캣의 ‘세이 소’를 부르며 보컬과 안무, 랩 실력을 뽐냈고, 제니는 자신의 솔로 데뷔곡인 ‘솔로’ 무대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날 팬들의 관심을 끈 것은 로제의 솔로 무대였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곧 솔로 앨범을 발표할 그가 이날 공연에서 앨범 수록곡을 처음 공개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팬의 기대 속에서 베일을 벗은 그의 첫 솔로곡은 ‘곤’(GONE)이었다. 어쿠스틱한 분위기에 영어 가사로 이뤄진 노래다. 로제는 “(이 곡 무대를 준비하느라) 다들 피, 땀, 눈물을 흘리셨는데, (팬들이) 좋아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 도중 선보인 영상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2018년 첫 콘서트를 연 장소인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찾아, 당시를 회상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멤버들은 텅 빈 객석에 앉아 옛 기억을 떠올렸다. 제니는 당시 콘서트에서 눈물을 흘린 일을 이야기하며 “첫 콘서트 마지막 앙코르 할 때 벅찼던 것 같다. 데뷔하고 꿈꿔온 콘서트였고, 데뷔 초가 스쳐 지나가더라. 저한테 뿌듯했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창피하다”고 웃었다.
멤버들은 그곳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없는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지수는 “(코로나19 전) 공연이 끝나고 나서 꿈같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 그때를 생각하니 더욱 꿈같다”고 털어놨다. 리사는 “아쉬웠던 것보다는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때의 감정이 더 남는 것 같다. (공연 때 팬들이 응원봉을) ‘삑삑삑’ 소리 나게 해 두셔서, 무대 위에서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신나고 힘을 받았다”며 팬들을 대면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했다.
이들은 ‘휘파람’ ‘마지막처럼’ ‘붐바야’ 등의 곡으로 콘서트 후반부를 장식했다. 엔딩곡은 ‘포에버 영’이었다. “너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 늘 처음 만난 그 날만 같길/ 소리 없이 타오르는 불꽃같이 마지막처럼 내 입 맞추길/ 달빛 아래 내 마음은 설레/ 은하수로 춤추러 갈래//오늘이 가도 후회 없게/ 시간이 우리 둘을 떼어 놓을 수 없게/ 순간이 영원할 수 있게/ 넌 내 마음에 불을 질러줘/ 후회 없는 젊음이 타오르게/ 세상 무엇도 두렵지 않아.” 이 노래를 끝으로 멤버들은 무대에서 멀어져갔다. 90분의 콘서트는 끝이 났다. 무대 위에는 전 세계 팬들이 보내온 응원의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빼곡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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