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넘기는 韓·美정상통화..시진핑과 먼저 통화한 영향?

정진우 기자 2021. 1. 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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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청와대 "文대통령과 바이든 곧 통화할 것..순서보다 내용이 중요"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1.26. phot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 통화가 이번 주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두 정상이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8일 새벽(미국 시간으로 27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전화회담을 진행했다. 미국 정상이 취임하면 통상 일본 다음에 우리나라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 관례를 감안하면 조만간 두 정상의 통화가 이뤄질 것이란 게 외교가의 전망이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통화 일정은 미정이다. 양국 정상의 다른 일정 등을 고려해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늦어도 이번주 초엔 양국 정상의 통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이 관례대로 정상통화를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도 잡힐 것”이라며 “늦어도 이번주 초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중국 국가 주석과 먼저 통화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시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신년 인사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시 주석이 갈등관계에 놓인 미국을 의식에 한국에 먼저 접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과 결별하면서도 대중 강경론은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는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이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의료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 연관 국제조직에 대한 지원을 규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21.01.29.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한국 정상보다 일본 정상과 먼저 통화한 건 이례적이지 않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2009년 1월 취임한 뒤 아소 다로 일본 총리(2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30일)에 이어 2월3일 이명박 대통령과 아시아 국가 중 세 번째로 통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7년 1월 취임한 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28일)에 이어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관례대로 지난 22일 캐나다, 23일엔 멕시코와 영국, 24일과 25일엔 유럽의 주요 동맹국인 프랑스, 독일과 각각 정상통화를 진행했다. 26일엔 러시아, 27일엔 일본과 통화를 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이틀 뒤인 지난 2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는 점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일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필요성에 관해 의견을 같이하고, 미일 동맹 강화와 중국·북한을 포함한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통화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몇 번째로 정상통화를 했는지 등 순서보다 정상들이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시점이 지연될수록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이란 핵문제와 중국과의 갈등 등을 우선 외교 과제로 추진함에 따라, 북핵 문제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1년여를 남긴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은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나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화상을 통해 마카오 특별행정구(SAR) 호얏셍 행정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2021.01.28.

중국의 입김도 무시못하는 게 현실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요청으로 지난 26일 문 대통령과 통화가 이뤄졌는데, 외신들은 중국이 한·미동맹의 상황을 주시하며 견제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반중 동맹을 좌절시키기 위해 한국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이다”고 해석했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중국 포위망 형성에 대항하고 쐐기를 박으려는 생각이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중관계 전개 양상이 아직 불분명한 가운데 이 흐름에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한국 역시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마주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우리나라에 “누구편에 설 것이냐”고 압박하는 복잡한 상황이 본격화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최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통일연구원·국립외교원 합동 학술대회에서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관계는 어려워지겠지만 트럼프 시대와는 다른 양상을 띌 것이고 그 사이 한국의 선택도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단순 논법이 아니라 정교하고 복합적인 양상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도 "냉전시대와 다르게 미·중은 경제적으로는 단일한 체제 안에서 연계돼 공생해 왔다"며 "우리에게 선택의 논리로 접근하는 습성이 있지만 한국 입장에선 두 나라 중 선택을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익에 맞게 이익균형을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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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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