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이 떠받친 금융지주..최대실적 예고
신한 3조5,000억·KB 3조 4,925억
리딩금융 경쟁 막판까지 안갯속
코로나 금융지원에 대손 부담 커져
4대銀 모두 마이너스 실적 예상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역대 최대의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망됐다. ‘삼천피(코스피지수 3,000)’ 시대를 연 증시 호황과 동학 개미 군단의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비은행 부문이 약진한 결과다. 반면 코로나19 관련 각종 금융 지원과 잠재 부실 부담 등으로 어깨가 무거운 은행은 일제히 마이너스 실적을 면치 못했다. 은행권은 올해 본격적인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예고된데다 선거를 앞두고 ‘은행 이자 중단’ ‘이익공유제 동참’ 등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험로가 불가피한 형편이다. 도를 넘는 정치 금융 움직임에 역대급 증시 호황과 실적 호조 전망에도 은행주는 ‘소외주’ 신세를 벗지 못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2월 4일 KB금융(105560)을 시작으로 5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이 나란히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추정치를 보면 신한금융이 지난해 연간 3조 5,067억 원, KB금융이 3조 4,92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각각 전년보다 3%, 5.5% 늘어난 규모다. 두 그룹 간 실적 전망치 격차가 크게 좁혀지면서 마지막까지 ‘리딩금융’ 경쟁의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게 됐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2조 5,246억 원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된다. 전년보다 5.6%가량 증가해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두드러졌던 원화 강세에 힘입어 1,100억 원가량의 일회성 외화환산이익도 기대된다.
우리금융은 전년보다 25% 감소한 1조 4,034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유일하게 마이너스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금융 그룹들이 주식 투자 열풍에 따른 증권사 수수료 이익 증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보험 손해율 개선 등 비은행 부문에서 깜짝 성장을 일궜으나 증권·보험 자회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주력사인 은행의 부진이 고스란히 전체 그룹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4대 은행은 일제히 마이너스 실적이 예상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국민은행(2조 2,750억 원)이 전년보다 6.1%, 신한은행(1조 8,910억 원)이 8.7% 감소한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은행(1조 8,110억 원)과 우리은행(1조 3,400억 원)은 각각 감소 폭이 13.1%, 11%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이 바닥을 친데다 금융 지원 정책에 따라 대규모 원리금 유예에 나서면서 대손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에 따른 대손비용은 올해도 은행권 실적에 부담 요소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이자 상환 유예대출이 부실화돼 20%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한다고 가정하면 4대 은행 기준 대손비용률은 평균 0.04%포인트, 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할 경우 한계차주의 재무 여건이 취약해짐에 따라 은행의 대손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추가 규제와 거세지는 ‘정치 금융’ 압박은 더 큰 리스크다. 특히 금융 당국이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해 더 많은 충당금을 쌓고 배당은 축소하라고 권고해온 상황에 정치권은 오히려 은행이 이자를 받지 말고 이익도 환원해야 한다고 공론화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서도 금융주의 시장 수익률은 코스피를 30% 이상 밑돌며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의 공공성을 내세운 정치권의 개입이 가장 큰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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