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서 변이에 취약했다
[경향신문]
코로나19 백신에 변이 바이러스 경고등이 켜졌다. 제약사 두 곳의 최근 3상 임상시험 결과에서 코로나19 백신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일부 제약사는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백신 재설계에 돌입했다.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제약사인 노바백스와 존슨앤드존슨은 2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각각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노바백스는 28일 자사 백신이 평균 89.3%의 효과가 있었고,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에도 85.6%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아공에서는 효과가 60%로 떨어졌다. 존슨앤드존슨도 29일 8개국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평균 효능은 66%였지만, 남아공에서는 57%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화이자, 모더나 등 미국에서 승인받은 다른 백신들은 남아공에서 변이가 발견되기 전에 임상시험을 마쳤기에 변이에 대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25일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모두 남아공 변이에는 효과가 줄어든다고 전했다.
남아공에선 노바백스 백신 임상시험 과정에서 기존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됐던 사람이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사례도 나왔다. 연구팀은 남아공 임상시험 참가자 4422명을 반으로 나눠 한쪽에는 노바백스 백신을, 다른 한쪽에는 가짜 백신을 접종했다. 그 결과 가짜 백신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2%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항체 양성 반응을 보였던 사람과 항체가 없던 사람들에게서 감염 비율이 같았다. 노바백스는 “이러한 데이터는 코로나19 이전 감염이 남아공 변이 후속 감염을 완전히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29일 NBC 인터뷰에서 남아공에서 몇 달 사이에 코로나19에 두 번 감염된 환자들이 나왔다면서 “첫 번째 감염으로 유도된 면역 반응이 두 번째 감염 예방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파우치 소장은 “분명히 돌연변이는 백신 효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도전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30일 “더 전염력이 높고 백신을 회피할 잠재력이 있는 변이들의 출현이 전 세계적 보건 재앙의 연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더나는 지난 25일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백신 재설계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백신을 재설계하기는 어렵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백신을 이미 맞은 사람도 주요 변이가 생기면 새로 업그레이드한 백신을 맞아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전까지 인구 약 70%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그 기준이 올라간다고 봤다. 제이 버틀러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부국장은 더 전염성이 강한 변이가 지배종이 되면 집단면역에 필요한 기준이 80∼85%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오와대학의 바이러스학자 스탠리 펄먼은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변이할 수 없다”면서 “바이러스 스스로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무한한 경우의 수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전염병학자 마크 립시치도 “우리가 수십 년간 팬데믹과 씨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변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 이를 통제하게 될 때까지 1년이 될 것이냐, 3년이 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최선의 시나리오는 사람들이 최대한 빨리 백신을 접종해 80∼85%의 접종률에 도달하고 다른 변이가 출현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꺼려서 전염성 강한 변이가 휩쓸고 기존 백신이 듣지 않는 경우다. 콜린스 원장은 이 경우 “완전히 새로운 백신을 처음부터 다시 재설계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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