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큰손은 40대 여성..어떤 책을 샀나

이향휘 2021. 1. 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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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예스24 도서 구매자 분석해보니
아이 교재 사면서 소설도 구입
재테크·자기계발서까지 섭렵
코로나에 구매 비중 35%로 껑충
20~30대 제치고 출판계 좌지우지

서울 목동에서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40대 워킹맘 김희원 씨(가명·40)는 매달 도서 구입비로 20만원 넘게 지출한다. 아이들 책을 사면서 자신이 읽고 싶은 소설책도 같이 주문한다. 서울 왕십리 40대 주부도 중학생 아이 학원 수업 교재를 사면서 주식과 재테크 관련서도 함께 구입한다. '서점가 큰손'인 40대 여성의 도서 구매 비중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출판계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다.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서점 자료에 따르면 40대 여성 구매 비중은 2018년 20.4%에서 2019년과 지난해 각각 22.3%와 22.8%로 꾸준히 늘었다가 올해(1월 1~26일)는 25.7%로 증가했다. 도서 구매자 네 명 중 한 명이 40대 여성이라는 얘기다. 학습서를 제외한 수치도 작년 19.1%로 30대 여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뒤 올해 초 20.2%를 기록했다.

최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 수치는 더 압도적이다. 전체 도서 구매자 중 40대 여성 비중은 2018년 30.8%에서 2019년 33.5%로 크게 늘었고 작년에는 35.5%까지 치솟았다. 예스24 책 구매자 세 명 중 한 명이 40대 여성인 셈이다. 학습서를 제외한 베스트셀러 20위권 순위에서도 40대는 29.4%(2019년)와 26.0%(2020년)를 각각 차지하며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예스24 회원 중 가장 상위 등급인 '플래티넘 회원'(3개월간 주문 금액 30만원 이상 구매자) 성비와 연령대를 살펴봐도 40대 여성 비중은 지난해 27.6%를 기록하며 정상을 고수했다.

40대 여성의 막강 파워에 대해 신정민 교유당 대표는 "이 세대가 스무 살까지 활자에 친숙하고 책에서 정보를 찾는 사실상 마지막 세대"라며 "또 돈을 버는 경제력까지 갖춰 출판계에서 힘이 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윤우 부키 대표도 "40대 여성이 사지 않고서는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교보문고 기준으로 작년 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찾은 책은 '흔한남매' '더 해빙' '달러구트 꿈 백화점' '아몬드'였다. 이어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돈의 속성' '김미경의 리부트' '추리천재 엉덩이 탐정'이 5~10위를 차지했다. 명랑만화, 자기계발서, 소설, 경제경영서 등이 고루 포진돼 있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40대 여성의 힘은 학습서뿐 아니라 에세이·소설, 자기계발서, 재테크 등 전체 부문에서 확인된다"며 "활자의 힘을 믿는 40대가 자녀에게도 독서 문화를 권장하고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계 관계자는 "쿠팡이 도서 배송 시장에 뛰어들면서 엄마들 힘이 더 세졌다. 시장을 보며 장바구니에 아이들 책을 같이 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출판계는 서점가 주도 세력의 나이가 상향되는 것에 대해 내심 걱정하고 있다. 영상에 익숙한 밀레니얼과 Z세대를 서점가로 이끌어야 미래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20대 청춘이 '상실의 시대' '아프니까 청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며 출판계를 이끌었다. 하지만 20대가 취업난으로 경제력이 약화되면서 도서 구매력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 대신 책에서 위로를 찾고 정보를 찾는 30·40대 여성과 40·50대 남성들의 힘은 더 강화되고 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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