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영화 이전에 서부오페라가 있었다
골드러시 시대 탄광촌 배경
국립오페라단 한국 초연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7월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서부의 아가씨'를 국내 초연한다. 메트로폴리탄에서 초연된 이후 111년 만에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르는 것이다. 연출과 오케스트라 지휘 모두 푸치니의 조국 이탈리아 출신들이 나선다. 2018년 국립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 연출로 호평을 받았던 젊은 연출가 니콜라 베를로파가 연출을 맡고,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미켈란젤로 마차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서부의 아가씨는 탄광촌 술집 '폴카'의 여주인 미니와 도적 두목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미니와 사랑에 빠진 딕 존슨, 그를 쫓는 보안관 잭 랜스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서부의 아가씨는 유럽 작곡가 작품이고 대사도 이탈리아어로 돼 있음에도 미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메트로폴리탄 초연 당시 미국인들은 유럽 최고 오페라 작곡가인 푸치니가 미국을 배경으로 작품을 썼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는 미국인들이 유럽에 대해 문화적 열등감을 느꼈던 시기다. 또 서부의 아가씨는 이후 서부영화 시대의 서막을 알린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서부의 아가씨는 오페라의 성공에 힘입어 1915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 작품은 푸치니 작품 중 미국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두 개의 오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비부인'에선 게이샤 초초와 사랑에 빠졌다가 그녀를 버린 해군 중위 핀커튼이 미국인이었다.
국립오페라단은 '나부코' '삼손과 델릴라' '라 트라비아타'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오페라의 고전들도 올해 무대에 올린다. 이탈리아 국민 작곡가 베르디의 '나부코'는 광복절 주간인 8월 12~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공연된다. 나부코는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던 유대인들의 해방에 관한 이야기다.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는 10월 7~10일, 축배의 노래로 유명한 베르디의 걸작 '라 트라비아타'는 12월 2~5일 각각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창작 오페라 '브람스…'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브람스의 가곡을 중심으로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의 작품까지 엮어 만든 음악극이다. 작곡가 전예은이 편곡을 맡았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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