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오류에 성인물 노출까지..'웨이브' 왜이러나
[경향신문]
가입자 1000만의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잇단 서비스품질 문제와 방송 사고로 도마 위에 올랐다. 웨이브가 제공하는 아동용 콘텐츠에 성인물 영상이 섞여나온 것이다. 웨이브는 문제가 된 영상을 삭제하고 즉각 사과했지만 관리 부실에 대한 이용자들과 업계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웨이브에 따르면 지난 29일 웨이브가 제공하는 ‘뽀로로 컴퓨터 왕국 대모험’ 극장판에 성인 영화의 일부 장면이 짧은 간격으로 송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웨이브를 통해 뽀로로를 시청하던 아이들에게 2~3초 분량의 성인물 화면이 반복적으로 보여진 것이다. 사건 발생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해당 방송을 시청한 어린이 자녀를 둔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웨이브는 공식 홈페이지 사과문을 통해 “파일 오류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뽀로로’ 극장판 등 일부 콘텐츠 재생 중 수 초간 성인물이 섞여 나오는 심각한 기술적 오류현상이 발견됐다”며 “즉시 삭제 조치했다” 밝혔다. 이번 오류는 뽀로로 극장판 콘텐츠공급사(CP)와는 관련이 없는 명백한 웨이브 자체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해당 방송 사고는 웨이브의 클라우드 서버에서 방송 콘텐츠(DB)가 대량 삭제됐다가 복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웨이브 관계자는 “파일을 대량으로 복구하는 과정에서 인코딩된 일부 패킷이 섞인것 같다”며 “오류가 발생한 시점에 업로드한 파일을 모두 삭제 조치 했다”고 말했다.
웨이브에서는 앞서 지난 27일에도 일부 VOD 콘텐츠가 제대로 재생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편 신고가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인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채널을 비롯해 ‘자이언트펭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뮤직뱅크’ 등 라이브 채널에서도 재생이 끊기거나 싱크가 맞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해당 오류를 긴급 복구하던 중 영유아 콘텐츠에서 성인물이 송출되는 대형 방송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일반인 불법촬영물을 연상케하는 웨이브의 성인 콘텐츠들도 문제가 됐다. 웨이브 측은 “해당 콘텐츠들은 실제 불법촬영물이 아닌 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연출물이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들이 있다는 지적을 확인하고 접근 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현재 웨이브의 성인 카테코리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빠른 조치와 사과에도 웨이브는 콘텐츠·시스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료 서비스도 아닌 유료 서비스에 빈번한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에 대한 철저한 보상과 사후 대책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웨이브는 지난해 SK텔레콤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의 합작으로 출범한 토종 OTT로, 지난해 9월 기준 무료가입자를 포함한 이용자는 1000만명이 넘는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웨이브의 월평균 이용자수는 344만2000명으로, 넷플릭스가 독주하고 있는 국내 OTT시장에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웨이브는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과 함께 개정 전기통신개정법이 지정하는 서비스 품질 의무대상 사업자에도 포함된다.
웨이브측은 “일부 콘텐츠 이용 제한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 대해 요청이 있을 시 환불과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복구가 완료되는 대로 추가 보상책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뽀로로 영상 시청자들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의 시청 이력과 노출 범위 파악 후 고객 요구사항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내부에서는 OTT 기업들이 콘텐츠 물량 확보 등 외형 확장에만 급급한 나머지 관리 책임과 시스템 안정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OTT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데이터 안정화 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OTT 기업들의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서버로는 부족해 클라우드 서버로 확장하는 추세”라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업계가 내부 시스템과 서비스 안정성을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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