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수입 체리 코로나 검출에 중국 '들썩'..당국의 딜레마
중국은 최근 수입 식품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입 식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 인터넷과 SNS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닭날개, 킹크랩, 대구, 고등어, 오징어, 우유, 아이스크림, 맥주 등 품목도 다양합니다. 뉴스만 보면, 과연 중국에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수입 먹거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품목은 체리입니다.
● 수입산 체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출…불안 확산
지난 22일 장쑤성 우시 보건당국은 수입산 체리의 포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접촉한 상인들도 격리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허베이성 스자좡에서도 수입 체리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보고됐습니다. 다른 지방에서도 수입 체리가 유입돼 관련 상인이 격리되는 일이 속출했고, 일부 시장은 당분간 체리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체리를 둘러싼 불안은 확산했습니다. '체리와 해산물을 안심하고 사도 되는가', '수입 체리를 먹어도 괜찮은가'라는 해시태그가 잇따라 SNS에 등장했고, 각각 4억 5천만 회, 1억 8천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급기야 중국 보건당국이 나섰습니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펑즈젠 부주임은 중국 관영 CCTV와 인터뷰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꼭 전염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입 체리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양은 매우 적어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가 감염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앞다퉈 "깨끗한 물에 씻어 먹으면 안전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SNS에는 '체리를 10~20분간 물에 담근 뒤 과일 세정제 등으로 씻고 맑은 물에 헹궈라'와 같은 구체적인 방법이 퍼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 중국 체리 가격 급락…"'체리 자유' 사라졌다"는 말까지
이런 중국 당국의 태도는 이전 다른 수입 식품들 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중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식품의 유통을 금지하거나, 세관 검사와 소독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수입을 아예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코로나19 우려로 수입산 체리 가격이 90% 급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체리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뒤 체리 수요가 급감하면서 저장성에선 kg당 최고 160위안(2만 7천 원)에 거래되던 수입산 체리의 가격이 16위안(2천700원)까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상하이의 한 체리 도매상은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체리는 실온에서 며칠 동안만 보관할 수 있다"며 "팔리지 않으면 모두 버려야 한다"고 한탄했습니다. 광둥성에 본사를 둔 과일 도매상은 며칠 새 체리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고, 윈난성 과일시장 관계자는 중국 관영 CCTV 방송에 "체리를 사러 오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전역에서 체리 상인들의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상인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중국에는 '체리 자유'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싼 수입 과일인 체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중국 중산층의 경제적 여유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체리를 사 먹지 못하게 되면서 '체리 자유'가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수입 식품 위험성 부각하자니 상인·소비자 고충 '딜레마'
이 대목에서 중국 당국의 딜레마가 엿보입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수입 식품의 위험성을 부각해 왔습니다. 수입 식품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안전한데, 수입 식품이 중국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펑즈젠 부주임은 이번 체리 사건이 터지기 전인 지난 18일 "지난해 4월 이후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초기 중국에서 퍼졌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차단됐다"고도 했습니다.
중국 관변학자들과 관영매체들은 더 나아가 초기 우한에서 퍼진 바이러스도 해외에서 유입됐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한의 확산 진원지였던 화난수산시장이 야생동물뿐 아니라 수입 해산물과 육류도 판매했다면서, 최근 수입 식품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전문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식품이나 식품 포장을 통해 전염된다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오히려 우한에서 식자재로 팔리던 야생동물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일 것으로 다른 나라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피하려면 수입 식품의 위험성을 계속 부각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자국 내 상인과 소비자의 고충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 체리 사건에서 중국 당국이 애매한 입장을 취한 이유로 보입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영어 공부'와 '김광현'…양현종은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 현빈, 경기도 구리에 24억 원대 집 장만…손예진과 결혼설도
- “인사 안 한다고 때려”…'미스트롯2' 진달래 학교폭력 의혹
- 하리수 분노 “거리두기 안 하는 이기주의…나라 좀먹어”
- 재택근무 리포터의 시련…생방송 난입한 귀여운 '방해꾼'
- 설 대목 앞두고 벌어진 '택배 상자 대란'
- 술 취해 시동 걸었지만 주행 못 했다면?…대법의 판단
- 셧다운이 낳은 걸작…이탈리아서 찍힌 '달 사진' 화제
- '1마리 50만 원' 인천서 들개 200마리 포획…찬반 논란
- “잘 짜인 각본” vs “도둑 제 발 저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