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3년..'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90% "신고 후 불이익"

박순엽 2021. 1. 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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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시작된 지 3년이 흘렀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성희롱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했고,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신고했더라도 대다수는 오히려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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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직장 내 성희롱 제보 364건 분석·발표
가해자가 상사인 경우 89%..직장 내 위계 관계 문제
"실효성 있는 독립기구 필요..조사·구제 제도 마련"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이른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시작된 지 3년이 흘렀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성희롱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했고,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신고했더라도 대다수는 오히려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성희롱, 괴롭힘 실태(그래픽=직장갑질119)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3년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총 1만101건 중 자세한 피해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364건의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제보를 분류해 분석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그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대다수는 직장 내 위계 관계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직장 내 직급이 우위에 있는 사례가 324건으로, 전체의 89%에 달했다. 가해자가 사업주·대표이사 등 사용자인 사례(107건·29.4%)도 빈번했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 모두 수직적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탓에 성희롱 피해자가 다른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도 250건(68.7%)에 이르렀다.

제보자 A씨는 “술을 잘하지 못하는데, 술을 안 마시면 상사가 소리를 질렀다”며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하거나 자취방까지 스토킹하는 일도 일어났지만, 회사에선 사건 접수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반복적으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얼굴을 감싸는 등 원하지 않는 접촉을 하는 상사들로부터 겪는 피해 제보 등도 단체에 접수됐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이들 중 이를 신고했다는 비율은 37.4%(136건)에 그쳤다. 단체는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엄격히 처벌하고 재발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피해자를 철저하게 보호해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제보를 분석해보니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하는 피해자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희롱 신고를 한 이들 중 신고 후 불이익을 받았다는 비율은 90.4%(123건)에 달했다. 제보자 B씨는 “피해자 부탁으로 상사 성추행을 고발했는데, 신고한 사실을 가해자에게 바로 전달하고 아무런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뒀고, 가해자는 신고자인 저를 사사건건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단체 측은 “현행법엔 피해 구제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직장 내 성희롱 대부분이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고, 사용자가 가해자인 사례도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성희롱 피해자가 객관적이고 실효성 있는 독립된 기구를 통해 조사와 실질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적 관계에서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고, 피해자가 잘못해 괴롭힘과 성희롱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며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는 행위자 문제이자 동시에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노동관계,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회사와 이를 내버려두는 행정당국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해결하려면 △직장의 민주화와 고용 형태 간 차별 해소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법 해석·집행 △성희롱 행위자·피해자 범위 확대 △사용자 책임 강화 △구제 절차의 실효성 확보 △불리한 처우 처벌 강화 등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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