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전통산업에 기술 더하면 혁신..한국판 '아마존' 키우겠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과 중소형 조선소 매각 등 주요 구조조정 작업을 끝낸 이동걸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회장은 올해 혁신 신산업 기업 발굴과 지원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란 산은의 기존 이미지를 벗고 '혁신성장 지원 선도기관'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기업과 업종의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 대한민국의 산업을 이끌어 갈 엔진을 찾겠다는 목표다.
이 회장은 당면한 현안인 쌍용자동차 문제와 관련해 "지속 가능한 사업성이 없는 한 지원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출자전환은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산은의 출자전환은 곧 쌍용차를 국유화하라는 말인데, 그건 쌍용차를 살릴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후 모습에 대해선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의 통합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매각설이 제기된 HMM(옛 현대상선)에 대해선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의 공동관리 하에서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매각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는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이 회장을 만나 그의 생각을 들었다.
-첫 임기 동안 산은은 구조조정 작업에 진력했다. 두 번째 임기에는 무엇에 중점을 둘 것인가.
▶혁신기업 지원과 구조조정 과제 해결, 산은의 변화와 혁신이란 3가지 기본 틀을 계속 가져간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산은이 한국판 뉴딜과 녹색 금융, 신산업·혁신기업 지원을 선도해야 과제가 보태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내 산업구조 재편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혁신기업과 신산업 육성 지원을 특히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어느 순간부터 쏙 들어갔다.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기업을 앞세운 중국이 우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삼성과 LG, SK 등이 있어 50년을 먹고 살았다면 앞으로 50년 먹거리를 줄 새로운 기업들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기업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첨단신산업은 거창한 게 아니다. 아마존은 전통 유통산업이고, 에어비엔비는 민박업이고, 우버는 일종의 택시업이다. 전통산업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면서 최첨단 산업이 된 거다. 그런 산업을 키우자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혁신의 조짐이 보이는 분야가 있느냐.
▶물류산업이다. 국토교통부와 MOU(업무협약)를 맺어 시중금리보다 2%p(포인트) 낮은 금리로 첨단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에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7000억~8000억원의 자금이 물류기업들에 지원될 것이다. 예컨대 순수물류기업인 '위킵'이란 회사가 있다. 온라인 중소상공인 풀필먼트(자동화 전산시스템 기반 종합물류업무 제공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작년에 인천물류센터 신축을 위한 시설자금 267억원을 대출해줬다. 위킵 같은 회사가 있으면 중소기업들이 본업에 집중하며 성장할 수 있다. 위킵 같은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발굴해 지원할 것이다.
-굵직한 구조조정을 마무리 했지만 쌍용차는 현재진행형이다. 산은의 입장은 무엇인가.
▶협상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 걱정을 하고 있다. 쌍용차에 대한 지원 조건은 지속 가능한 사업계획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게 우선이다. 사업성이 없으면 지원을 못 한다. 쌍용차가 어디로 갈지 산은도 모른다.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등을 비롯해 일각에서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요구한다.
▶출자전환은 절대 없을 것이다. 출자전환 하라는 말은 곧 쌍용차를 국유화하라는 것인데, 그건 해결책이 아니다. 노조원이 16명 밖에 안 되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전체 쌍용차 근로자를 대변하는 양 목소리를 내는 것은 노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기업이 있어야 노조가 있다. 노조도 이제 사회의 정당한, 대등한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임해 줬으면 한다.
-코로나19로 미뤄 둔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작업이 불가피하다.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기업을 평소의 잣대로 평가하면 다 부실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위기를 넘기고 난 이후에 부실기업을 가리고 지원기업 대상을 추릴 것이다. 특히 산은이 튼튼해야 지원을 할 수 있으니까 충당금을 가급적 많이 쌓아놓고 체력을 보강하고 있다. 때가 되면 산업과 고용 측면 등 국가경제적 중요도와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의 중요도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선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이 채권금융기관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시장중심의 구조조정이 되도록 해나갈 것이다.
-HMM(옛 현대상선) 매각설이 나왔다. 실제 어떤 상황인가.
▶산은은 HMM 매각과 관련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 HMM은 산은과 해양진흥공사의 공동관리 하에서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돼 경영정상화를 진행 중이다. HMM 매각은 경영정상화 달성 여부, 국내 해운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지난해 최대 이슈였다. 통합의 근거로 시너지를 말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양사 통합을 준비하며 산출한 수치를 기준으로 할 때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총 1조5000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연평균 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중복노선 조정과 스케줄 다양화를 통한 탑승률 제고, 신규 노선 개발 등으로 5년 간 약 5500억원의 수익증대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항공기 정비 통합과 정비자재 구매 일원화, 리스 금융비용 절감 등을 통해 같은기간 95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한다. 외부 전문기관의 실사와 PMI(인수 후 통합계획) 수립 절차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숫자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
-강성부펀드와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건전한 상식을 갖고 합리적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주주가 있다면 그게 누구든 이야기하고 협조할 생각이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는 산은과 달리 단타를 노리는 강성부펀드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강성부펀드와 대화를 하지 않고 있고, 대화를 나눌 만한 신뢰도 쌓이지 않은 상태다.
-LCC(저비용항공사) 3사 통합방향은 무엇인가. '아시아나' 브랜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통합방안과 관련해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 외부 전문기관의 실사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PMI(인수 후 통합계획) 수립할 계획이다. LCC 통합과 재편 등은 국내 항공 소비자의 편익 증진과 통합 시너지를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원칙에 따를 것이다. 브랜드와 관련해 산은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이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EU(유럽연합)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데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나.
▶올해 3월 말까지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늦어지더라도 상반기까지는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현대중공업이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LNG선 독점 이슈로 생산량을 줄이는 등의 조건이 붙지 않겠냐고 하는데 현대중공업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조선시장의 특성 등을 근거로 EU경쟁당국이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적극 설명 중이다.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은 어떤가.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는 게 채권단에 더 낫지 않은가.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은 차질 없이 되고 있다. 매몰비용(회수할 수 없는 비용) 지적은 좀 따갑지만 산은으로서는 방법이 없다.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은 사업 구조 개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본다. 두산중공업은 전체 수익구조에서 20% 정도만 원전이 차지했고, 60~70%는 석탄이었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은 필수적이고, 정부 역시 친환경 발전 분야를 전략적으로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말에 숙원이던 KDB생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있었다. 어떻게 보나.
▶산은이 생명보험사를 경영할 능력이 되느냐가 중요했다. 2016년에 대우증권이 아니라 KDB생명을 팔았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한다. 증권사와는 산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많지만 생보사와는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 일각에선 원매자에 대해 더 유능한 곳이 맡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지만 시장 상황이 뜻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원매자 쪽에서 뉴머니를 넣지 않았다고 알려졌지만 관계자의 돈이 들어가는 쪽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산은의 업무가 늘고 있지만 명예퇴직 문제가 꼬여 인력난이 가중됐다.
▶산은이 국책금융기관이기 때문에 100% 자율성을 갖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만 공공기관운영관리 틀 안에 모두 똑같이 갇혀 속박되는 측면이 있다. 일정 정도는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명퇴도 마음대로 못하고, 임금피크제도 마음대로 안 되다 보니 인력이 필요한데 늘리지도 못하고 답답한 면이 있다. 산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제가 풀렸으면 하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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