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10년, 거리로 나선 튀니지 젊은이들

김윤나영 기자 2021. 1. 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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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아랍의 봄’ 10주년을 맞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경찰 폭력과 실업, 빈곤에 항의하면서 2주째 거리로 나왔다. 2011년 아랍국가 전역으로 퍼진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 시민들은 이제 ‘지난 10년간 정치권은 무엇을 했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튀니지 시위대 수백명은 30일(현지시간) 수도 튀니스에서 “경찰은 모든 곳에 있는데, 정의는 어디에도 없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시위대는 경찰에게 물병을 던졌고, 경찰은 봉으로 시위대를 구타해 해산을 시도했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전했다.

청년들이 대다수인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 폭력, 부정부패, 높은 실업률, 빈곤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에 참석한 와이다드는 아랍전문매체 뉴아랍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서 꿈을 꿀 권리조차 없다”면서 “여기 젊은이들은 마약 밀매와 같은 범죄에 빠지거나 또는 불법 이주를 하는 것 중 하나 말고는 선택지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시위 참가자인 파우지야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존엄하게 살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지난 14일부터 ‘아랍의 봄’ 10주년을 맞아 2주째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야간 통금을 실시했다. 특히 시민들이 독재자였던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끌어낸 지 10주년 되는 날인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가를 봉쇄했지만, 거리로 뛰쳐나오는 시위대를 막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다. 체포된 이들 대부분은 15~25세였다고 뉴아랍이 전했다. 특히 지난 25일 시위에 참가한 청년이 경찰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위는 격화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28일 성명을 통해 튀니지 당국에 사망자의 죽음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시위대 일부는 “아이들을 풀어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 시민들은 독재자였던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24년 통치를 끝냈지만,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튀니지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다. 지난해 튀니지인 최소 1만3000명이 보트를 타고 이탈리아로 건너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튀니지 경제는 마이너스 8%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23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을 협상하고 있다.

여기에 히셈 메시시 총리가 내각을 구성하려 하면서 기름에 불을 부은 격이 됐다. 시위대는 총리가 ‘부패 관료’들의 인선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국회에서 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정국이 어지러워지면서 대통령이 살해 위협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28일 지난 25일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앞으로 온 수상한 봉투를 개봉한 비서실장이 독극물에 중독돼 의식을 잃었다고 밝혔다. 봉투에는 ‘완전한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 독극물이 들었으나, 대통령은 편지를 개봉할 때 근처에 없어 피해를 입지 않았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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