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전기차 시대를 맞는 자세는 '닥공' 투자

경계영 2021. 1. 3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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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유럽 중심
LG에너지·삼성SDI·SK이노 대규모 투자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두 배 성장 전망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본격화하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국내 배터리(이차전지) 3사가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조원을 웃도는 적자에도 유럽 내 자사 최대 규모의 제3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올해 대규모 증설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흑자를 내는 등 실적도 개선되며 투자 재원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SK이노, 2.6조원 들여 유럽 제3 공장 짓는다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배터리 제조사는 SK이노베이션(096770)이다. 3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유럽 제1·2공장에 이어 3공장도 헝가리에 짓기로 결정했다.

3공장은 1·2공장이 위치한 코마롬보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더 가까운 이반차(Ivancsa)에 지을 예정이며 생산능력은 연간 30GWh로 1공장 7.5GWh와 2공장 9.8GWh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이는 1회 충전했을 때 4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탑재용량 70kWh 기준 43만대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3공장 투자 규모만도 총 22억9000만달러(2조6000억원가량)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석유·화학사업 부진으로 영업손실이 2조6000억원에 육박해 배당을 실시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지만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투자할 적기를 놓쳐선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세계 각지에서의 연간 생산능력 목표를 당초 100GWh에서 125GWh+α로 상향했다. 공격적으로 수주해 세계 톱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SK이노베이션은 강조했다.

헝가리 코마롬에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유럽 제1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원통형 배터리까지 고루 증설

전통 강자인 LG화학(051910)의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006400)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까지 260GWh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올해 말 생산능력은 155GWh로 지난해 말 120GWh보다 35GWh 더 증가될 예정이다. 올해 증설되는 35GWh엔 중대형 배터리뿐 아니라 테슬라에 공급할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원통형 배터리도 고루 포함될 것이라고 LG에너지솔루션은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구체적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올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지난해 수준만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 성능을 향상시킨 5세대(Gen5)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하면 생산능력 증대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모빌리티를 포함해 전동공구, 청소기 등의 수요 증가에 대비해 소형 원형 배터리 라인도 증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증권가 등은 삼성SDI가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연간 100GWh 규모로 확대할 것으로 추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3조5000억원, 2020년 2조7000억원 등을 배터리 분야 시설투자비(CAPEX)로 썼다. 삼성SDI도 같은 기간 1조6500억원, 1조5700억원을 각각 투자하며 생산능력을 확충했다.

삼성SDI의 경우 전사 기준, 단위=조원, 자료=각사

전기차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유럽,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이들 3사의 공통점은 유럽을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의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60GWh로 1년 새 두 배가량 늘렸고 SK이노베이션도 역대 최대 규모의 공장을 유럽에 짓기로 했다. 삼성SDI 역시 유럽 고객사 프로젝트 비중이 크다며 당분간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EV볼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7% 증가한 139만5000대로 중국 133만7000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자동차 1대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당 95g로 줄이도록 의무화했을 뿐 아니라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판매까지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친환경 기조를 내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 전망치는 IHS마킷이 전년 대비 80% 증가한 236GWh, SNE리서치가 같은 기간 두 배가량 늘어난 296GWh로 각각 제시했다.

이들 투자를 뒷받침할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고, 전체 매출액도 12조4000억원으로 10조원대를 처음 넘어섰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리콜 관련 충당금을 쌓으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진 못했지만 올해 흑자로 돌아서리라고 자신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사업에서의 매출액이 1조6102억원으로 1조원을 첫 돌파했고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했다.

헝가리 괴드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전영현(왼쪽) 삼성SDI 사장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SDI)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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