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대기 중 체류기간 길어..배출량 줄어도 농도 높았다

정대연 기자 2021. 1. 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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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세계 배출량 4~7% 감소
한국 농도 423ppm 계속 상승
"조속한 감소 위한 노력 필요"

[경향신문]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곳곳의 공장이 폐쇄되면서 산업 생산이 멈췄다. 관광업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자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오염물질 배출량은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31일 언뜻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 같은 현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산화탄소는 최장 200년까지 대기에 머물기 때문에 최근 배출량을 줄여도 상당 기간 농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7%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이산화탄소 농도 추정 최고치는 413PPM으로, 1년 전보다 1.9~2.7PPM 상승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측정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3월 한반도(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 이산화탄소 농도는 414.6PPM, 418.0PPM, 420.0PPM, 423.9PPM으로 계속 높아졌다.

기상청은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단기간에 소멸되지 않고 장기간 체류하면서 대기 중 농도를 낮추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는 주로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지표오존 등 반응가스에 비해 대기 중 머무는 기간이 훨씬 길다. 반응가스들은 몇 시간 내지 길어도 1년 안에 대기 중에서 사라지지만,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 체류기간이 5~200년에 이른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반응가스들의 농도는 1년 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이산화탄소와 유사한 사례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프레온가스’로 불리는 염화불화탄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89년 오존층 파괴물질의 제조 및 사용을 금지한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규제 대상이 됐지만 이후 몇 년간 대기 중 농도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 염화불화탄소-11은 45년, 염화불화탄소-12는 100년씩이나 대기 중에 머문다.

대기 중에 장기간 머무는 온실가스의 특성은 인류가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기상청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조속히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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