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정세균 "공매도, 제도보완없이 재개 안돼"

김대영,이지용,윤지원 2021. 1. 3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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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맨에서 스트롱맨 변신
정세균 국무총리 단독인터뷰
환경이슈로 본말 전도 가능성
그린벨트는 이번 대책서 빠져
고밀개발 사업가능토록 규제
이익공유제 재계 앞장섰으면..
자체안 만들어오면 검토지원
손실보상 속도보다 제대로 만들어

'스마일맨에서 스트롱맨으로.'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의 행보를 바라보는 세간의 평가다.

매주 국무회의자리서도 그는 자기 주장보다 늘 경청하는 쪽에 가깝다. 행여 부처를 질책할 일이 있어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잘 챙겨달라"고 장관들에게 당부를 하는 편이다. 그는 지난 20일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난색을 표한 기획재정부를 향해 "기재부는 저항 세력"이라 질타했다. 주식시장의 뜨거운 관심사인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선 "제도개선 없이 재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발언해 정치이슈화에 불을 당겼다. 정치인 정세균의 'DNA'가 깨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30일 오후 정치·경제·사회 모든 현안에 대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정 총리를 만났다. 이날 정 총리는 "대선출마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손실보상제에 대해선 "헌법과 정의의 문제"라고 말했고 "곧 나올 부동산 공급 대책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획기적 수준"이라고 예고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9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올해 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는지. 작년엔 선방했지만 올해는 다른 나라에 뒤쳐질 거란 전망 많다.

▶올해만 떼어 놓고 보면 다른 나라 기저효과 때문에 우리 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뒤쳐질 상황은 맞다. 그런데 작년 선방한 상황에 대한 기저효과일 뿐이다. 작년과 올해 같이 봐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작년 역성장폭이 워낙커 올해 'V자 반등'은 맞다. 그런데 이걸 전혀 나쁘게 생각할게 아니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아니냐. 해외가 잘되야 우리에게 다음 기회가 있다. 역으로 해외가 침체되면 우리 기회도 줄어든다. 우리는 이런 상황 안에서 'V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한 반등은 만들겠다는 계획인거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시행되면 한번의 관리실수로 기업인들 범죄자로 전락하고 경영의욕 꺾일 우려가 존재한다. 내년 1월 시행전 과도한 부분은 개선 가능하지 않을까.

▶ 중대재해법이 전하는 메세지를 잘 봐야한다. 형식은 처벌이지만 의도는 처벌목적이 아니다. 작년에도 여전히 산업재해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근본적으로 기업의 투자가 부족해서 그런거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지만 경영자들이 안전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프라와 교육에 투자를 하라는 거다.

국회·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면 말이 안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 기업들이 자각하고 개선이 있고 상황이 호전되면 자연스럽게 과도하다 판단된다 하는 부분들 관철되지 않겠나. 당장은 예방에 촛점을 맞추는 게 좋겠다.

- 내주 부동산 대책 예고돼 있다. 문재인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이라 표현했다. 대책 핵심은 뭔가.

▶투기는 억제하고 지금까지 1가구1주택은 보호한다는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는 그대로 간다. 다만 이런 부분들만 갖고 문제해결이 안되니 획기적으로 공급을 늘리자는 건의를 대통령께 드려 받아들여진 것이다. 공공주도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3기 신도시보다 한발 더 나아간 수준의 도심 고밀도 공급대책을 의미하는 것이다.

- 더 획기적 고밀도 대책이란 어떤 의미인가. 50층 이상 더 올라갈 수도 있나.

▶그건 아니다. 35층 한도에서 50층까지 올렸기 때문에 더 층수를 높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미 50층까지 층고를 높이고 역세권을 개발하는 방안 발표했는 데 이게 시장에서 실제로 사업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 내집마련 잠재적 수요자들이 조금만 더기다리면 나도 기회가 있겠구나 하는 믿음만 만들어지면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 안정되는 건 시간 문제라 본다.

- 비강남지역인 목동이나 노원 등 안전진단을 풀어주면 공급에 도움되지 않겠나.

▶민간에만 맡겨놨더니 집값 상승을 이끄는 결과를 가져오는 온 것 아닌가. 정부에선 주저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부작용 막고자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재건축을 올바르게 하라는 의도에서 공공재건축을 도입한 거다.

- 작년 서울시와 협의가 불발됐던 그린벨트 해제 통한 주택 공급은 어떤가.

▶이번에도 서울 지역 그린벨트 해제는 어렵다. 그린벨트를 꺼내는 순간 주택공급 문제가 아니라 환경문제로 본말전도된다. 지혜롭지 않다. 내가 보기엔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런데 주택의 층고를 높이는 고밀개발은 복원이 가능하다. 30~40년 후 우리 후손들이 재건축을 할 때 과하다 생각되면 50층을 30층으로 내려 정상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린벨트 개발보다 도심 고밀개발을 하는 게 옳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손실보상제를 '매출이익' 기준으로 보상하겠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

▶이 문제는 정부를 믿고 방역에 따른 국민들 권리와 정의의 문제다. 헌법 23조3항에 근거가 있다. 하지만 손실보상은 그야말로 손실에 대한 보상이 되어야 한다. 반면 정부의 제재가 아니고 경기가 나빠서 이동이 줄어서 영업이 잘 안된 부분은 해당사항이 없다. 대신 이런 분들은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상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이익이 줄어든 부분에 대해서 국가가 보상을 하는 것이고 그런 지침을 법과 시행령에 만들자는 취지다.

- 자영업·소상공인은 하루하루 애가 탄다. 언제 가능하겠나.

▶시행령에 자세한 보상방법과 지침 등이 담길텐데 논의하고 법령 만들고 법제처 심의하고 여러 절차가 많다. 시행령이 금방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졸속으로 만들면 금강 개정해야 하고 그러면 부끄럽다. 속도보다 정확히 꼼꼼히 만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

- 손실보상법은 소급적용이 안된다고 못박으셨다. 총선전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 형식이라도 추가 지원하자는데.

▶지금 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 중이고 올해 예산에는 코로나 19 대응과 관련 지원 예산이 이미 들어가 있다. 사실 지금 지급하는 3차 재난지원금도 100~300만원을 주는 데 100만원은 손해 유무를 안 따지고 주는 재난지원금 성격이다. 영업제한 받은 곳은 200만원, 영업 못한 곳은 300만원씩 주는 것은 손실보상금 성격이다. 그런데 문제는 작년 12월 이후 거리두기 제한이 계속 되고 있어 기간이 너무 늘어져 고민이 크다는 것이다.

- 총리께서도 4차 재난지원금 가능성은 열어 놓으신 것인가.

▶일단 정부 내에서 좀 더 의논이 필요하다. 당정간 논의도 필요하고 수시로 당정협의를 하니까. 대통령 주례회동에서도 의논을 해봐야겠고 아직 가타부타 확실히 정책결정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 기재부 반대 하지 않겠나.

▶현재 기재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반대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아직 정식으로 당에서 안을 만든 것도 아니니까 여러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름 자체적으로는 대비하고 있지 않겠나.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9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손실보상제와 별도로 기업들 기금 출연 등 이익공유제도 논란이 많다.

▶저는 기본적으로 상생은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제도가 성공하려면 자발적 참여가 무조건 우선해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공감대 만드는 게 우선이다. 여당 방향이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법은 참여자드 자발적 동의와 공감이 필요하다. 이 문제로 불편해 하는 곳은 없이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다.

- 자발적 강조하지만 결국 기업들 팔 비틀게 된다는 지적 많다.

▶사실 이익공유제만 하더라도 경제단체나 재계에서 먼저 나왔어야 한다. 지금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상생 3법 같은 상생안이 국회가 아니라 경제계에서 나왔어야 한다. 빌게이츠는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인을 위해서 백신개발을 지원하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경제인이 나오면 국민들한테 사랑받고 반기업 정서가 발 붙을 여지가 있겠나.

- 경제단체 등 재계에서 자체적인 상생방안 들고 오면 여당에서 추진하는 안과 같이 검토해 볼 여지 있을까.

▶그렇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 안이 나온다면 잘 뒷받침하고 같이 검토하고 하겠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그런 얘기와 안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최근 IMF가 한국증시가 안정돼 있는 만큼 우선 공매도 재개 후 제도를 보완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총리께서는 제도적 개선 없이 공매도 부활은 어렵다고 말씀했는데 이 입장은 변함 없나.

▶공매도 제도는 잘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병인 제도다. 그래서 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한 다음에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물론 OECD 국가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제도를 대한민국에서만 없앤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모처럼 증권시장의 저변 확대가 이뤄진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의식을 느끼는 상황을 못 본척 하는 것도 결코 한국 증시 발전을 위해 지혜롭지 않다고 본다. '선 개선 후 시행 재개'라는 입장 변함 없다.

-구체적 보완 방향을 염두에 둔 게 있나.

▶우선 형평성 문제다. 기관만 이익을 향유할 게 아니고 개인도 향유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수 있겠다. 또 그 제도를 불법적·탈법적으로 활용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확실한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유명무실한 규제를 두는 바람에 무법천지의 영역마저 존재했던 것. 이 지점들을 개선해서 건강한 투자자들이 피해 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경제주체의 부채 증가와 자산버블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총리의 생각은 어떠한가

▶우선 제 시각은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것이다. 건물 공실율도 늘어나는데 가격은 올라가는 이 현상을 비정상이라고 본다. 물론 저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니 책임 있게 단언하긴 어렵지만, 버블이 껴있다고 직감하고 있을 뿐이다. 폭락하면 어떡하나 우려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나 같은 입장을 천진난만하게 보더라. 물론 전문적인 평가와 대책은 제가 세울 일은 아니고 관계부처에서 고심해 줄 것이다 .

-최근 국무회의에서 시중유동성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연기금·공제회의 부동산 투자 자제도 지시했는데, 풍부해진 시중유동성을 유도하는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 연기금·공제회의 포트폴리오가 부동산에 너무 집중되기보다 다양성을 확보해서 부동산 버블이 꺼졌을 때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만약 그때 연착륙하지 못하고 정착륙하게 되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지 않겠나. 민간이 부동산에 계속 투자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연기금 등 정부가 관장하는 부분에 대해선 버블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포트폴리오를 배분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무회의에서 말씀드린 것이다 . '이래라 저래라'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부실화 우려에 대해 '경고'를 한 것이다.


대통령이 사법부·행정부·공영언론 수장이 죄다 임명…대통령 권력도 분산시켜야

-한국은 정권 바뀌면 그동안의 정부 정책이 단절되고 축적이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결국 5년 단임제라는 거버넌스의가 가진 한계다. 개헌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데.

▶왜 총리가 정치 얘기하냐고 비판 받을 수 있겠지만, 내가 개헌론자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겠나. 그 입장은 여전히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분권이 철저하게 담보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3권 분립 그리고 중앙과 지방의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많이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구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의 권한도 내각·국회·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대통령이 대법원장 등 사법부, 행정부 등 모든 기관의 수장을 다 임명하는 형식이지 않나. 심지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왜 대통령과 여·야가 결정하나. 언론인과 국민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

-그러나 현재 5년 단임제 아래에선 국민 마음이 정권에서 이반되는 순간 현실 정치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총체적인 권력 분산의 일환으로 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각제는 좋은 제도이지만 국민적 수용성이 떨어진다. 실제 추진한들 개헌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각제가 사실 국제적으로 보면 더 우세한 제도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내각제 선호가 없다. 안될 걸 뻔히 알면서 추진하는건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하는 격이 될 뿐이다. 대신 우리나라 같은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지 않나. 나 역시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가는 과정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거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지방 분권 추진했지만 정작 공공기관 이전 등 핵심적인 것은 시행하지 못했다. 총리만의 지방분권 청사진이 있다면 제시해달라.

▶ 우리 정부 이룬 성과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많은 노력 통해 중앙과 지방의 재정 분권도 원래 8:2 에서 74:26 정도까지 끌어 올린 상태고, 대전과 충남을 혁신도시로 지정하지 않았나.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수도권 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니 액션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긴밀하게 스타일링을 하고 있다. 어느 정권에서 완결할 생각보다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 . 수도권 인구가 과반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어느 정권인들 문제의식을 왜 안가졌겠나. 수도권 집중 완화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추진했지만 제대로 이행된 바 없다가 노무현 정권 때 세종시, 혁신도시 등이 추진됐다. 그리고 보수 정부에서 후퇴하는 듯 하다 우리 정부 들어 비로소 본궤도에 진입한 것이다. 앞으로 전진도 후퇴도 있겟지만 결과적으론 전진할 것이다. 성급히 생각할 일은 아니고 그 방향으로 견고하게 나아가야 한다.

[대담 = 김대영 부장 / 정리 = 이지용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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