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스마트폰 시대,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까
'유아 삶 중심' 구체화된 리터러시 교육 필요, 부모가 상호작용하는 교육 모델 이상적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유튜브와 스마트폰의 시대,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언론학회가 지난 29일 홈앤쇼핑의 후원으로 개최한 '돌봄 연계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선민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 선임은 “유아의 삶을 중심으로 한 구체화된 교육이 국내에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선민 선임과 김아미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유네스코, 영국 인터넷안전위원회, 미국 비영리 단체 커먼센스 에듀케이션, 구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교육부 등의 사례를 분석했다. 이들 기관은 공통적으로 '디지털 시민성'을 강조했고 △ 디지털 정서 △ 디지털 안전 △ 디지털 정체성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분야를 다뤘다.
'디지털 정서와 디지털 안전'은 사이버불링, 피싱, 해킹 등 위험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경험하게 하는 내용이다. '디지털 정체성'은 자신이 디지털 공간에 올린 정보가 정체성을 어떻게 구성하고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경험적 학습 활동을 통해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포함한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는 허위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단서를 알아보는 방법, 피싱 메일이나 사이트를 알아보는 방법,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활의 균형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등이다.
이선민 선임은 “기본적으로 유아를 공동체 구성원으로 보고 어떻게 이 사회를 살아나갈 수 있게 하느냐를 고민하는 교육”이라며 “우리 교육엔 '보호주의적' 접근이 많은데 이 같은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고, 타인을 돕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소통의 태도 등의 교육 내용도 중요한데 인성교육과 접점을 찾아 구체화할 수 있다”고 했다.
유아 대상 교육엔 '쉽고 흥미로운 교육 방식'이 중요하다. 미국 비영리단체 커먼센스 에듀케이션의 교육은 디지털 시민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신체 부위와 연결시켜 쉽게 설명한다. 수업을 시작하며 '스마트폰 등을 오랜 시간 썼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묻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식이다. '프라이버시와 보안' 교육의 경우 “항상 어른과 함께 다니세요. 너에게 맞는 장소에 있으세요. 아는 사람하고만 대화하세요”라는 내용을 노래 등의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 배운다.
이선민 선임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 교육 시간은 대부분 20~30분이 넘어가지 않는다”며 “계속 반복적으로 노래를 불렀다가, 색칠공부로 이어지는 등 다양하게 변주된다. 반복을 통한 학습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보호자가 동반돼야 지속성을 갖고 효과를 가질 수 있기에 부모와 보호자에게 어떻게 유아 관련 교육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며 “성인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해 초등학생 학부모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 '뉴스와 1인 미디어 따라잡기'를 운영한 사례를 발표했다. 16주차로 진행된 교육은 △ 온라인 콘텐츠 이용과 한국 청소년의 특징 △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할 때 주의사항 △ 뉴스 사용 설명서 만들어보기 △ 부모와 자녀의 역할극을 활용한 인터뷰 체험 △ 유튜브 추천채널 찾아보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조재희 교수는 “가정 내 돌봄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부모 대상 교육을 하게 됐다. 교육 내용 가운데 아이들과 함께 뉴스를 읽어보는 프로그램 등 '상호작용'을 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나눌 때 보다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단순히 부모에게 팁을 준 다음 '집에 가서 해봐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아이를 주체로 보고 상호작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간의 연구를 보더라도 부모와 자녀가 게임의 역효과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면 부정적인 영향력이 완화되고, 높은 수준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가진 부모는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효과적으로 중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재희 교수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은 전문가들이 있고 도서관, 미디어센터 등 인프라가 있는 데다 주변 지역사회 거점 역할을 할 수 있기에 학부모 교육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오수정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진흥실장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부모가 양육자가 아닌 경우가 많아 양육자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수정 실장은 유아 어린이 대상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날씨정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기사를 함께 보면서 의견을 나누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기사를 보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광고와 뉴스는 무엇이 다른지 얘기해보는 등의 교육을 할 수 있다”며 “교육 이후 부모가 뉴스를 보고 있으면 자녀가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반응이 있다”고 했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미디어문화연구실장은 “부모 대상 미디어 교육이 중요하지만 의도치 않게 미디어 기업과 사회의 책임을 부모에게 돌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부모 가정소득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가 있다. 교육 프로그램에 소외계층은 잘 찾아오지 않기에 찾아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유아 교육의 경우 부모의 애착 정도가 미치는 영향이 큰데, 애착 정도가 덜한 가정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80% 정도가 미디어 교육을 받고 싶다고 응답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데, 오히려 현재와 같은 (비대면 중심) 상황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 미디어 기업의 역할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오수정 실장은 “돌봄의 주체는 학부모, 교사여야만 하는가. 미디어 생태계 측면에서 생산자가 콘텐츠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유통자들이 나쁜 콘텐츠를 걸러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광희 서촌초등학교 교사는 “국내에서는 (미디어 교육에 필요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콘텐츠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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